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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유럽 복지국가의 성공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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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티모 플렉켄슈타인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코로나19는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 삶을 지배했다. 유럽 각국의 봉쇄 조치는 더 큰 재앙을 막았지만, 여전히 유럽의 사망자 수는 참혹하다. 영국은 거의 13만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프랑스는 11만명 이상을 잃었다. 독일의 사망자 수는 9만여명이지만 한국의 사망자 2000여명과 비교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생계 보호에는 훨씬 성공적이었다. 첫번째 코로나19 대유행은 유럽 국가들을 깊은 경기침체로 몰아넣었다. 예컨대 첫번째 대유행 기간 동안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 이상을 잃었고 영국은 그보다 갑절 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영국의 경우 300년 만에 가장 큰 경기침체였다(영국 중앙은행).

대개 이런 경제위기는 엄청난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간 실업률 통계를 보면, 독일은 3.1%에서 4.3%로, 영국은 더 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3.8%에서 5.4%로 소폭 상승했다. 유럽과 비교하면 북미의 실업률이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다. 미국은 3.7%에서 8.9%, 캐나다는 5.7%에서 9.7%로 증가했다. 미국은 독일보다 더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고 캐나다는 이보다 조금 더 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분명히 유럽은 보이지 않는 경제적 파장을 동반한 세계적인 유행병 국면에서 실업 문제에 더 잘 대처했다. 유럽과 북미는 상당히 큰 규모의 재정 지원정책을 펼쳤다. 막대한 자금을 자국 경제에 투입하는 것은 더 큰 경제적, 사회적 재앙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정책 때문에 사회정책의 중대한 역할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일시유급휴직 제도가 있는 유럽 복지국가들은 국민의 생계 보호에 훨씬 성공적이었다. 독일은 잘 확립된 단축근무제를 활용했는데 이를 통해 고용주들은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0시간까지) 줄이고 직원들은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실업급여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거대한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일시유급휴직 제도는 더 관대해졌고, 단축근무제의 사용이 훨씬 쉬워졌다. 달리 말해, 이 제도가 보다 폭넓게 운영돼 더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들을 껴안았다.

영국은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미국·캐나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국의 자유주의 복지국가는 사회적 보호와 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독일의 단축근무제와 주요 특징이 비슷한 일자리 유지 제도인 유급휴직제를 신속하게 만들었다. 1차 봉쇄가 정점에 달했을 때 약 900만명의 영국인이 일시 휴직했고, 독일에서는 700만명 이상이 단축근무를 했다.

양국의 상황이 좋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양국은 코로나19로 기존의 뿌리 깊은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정부는 단축근무자에 대한 보상 인상안을 거부했고, 영국은 필자가 이전 칼럼(‘영국 총리가 맨유 공격수를 무서워하는 이유’)에 썼듯이 대유행병이 발생하는 동안 식품 빈곤을 겪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 때문에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거둔 성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렇다. 유럽의 사회 모델은 이해하기 쉽지 않고, 사람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아마도 그것이 ‘미국식’ 사회복지 정책과 다르다는 것에는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고, 코로나19 사태는 유럽의 사회 모델이 훨씬 더 큰 보호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나는 독일과 영국의 복지제도 개혁에 비판적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복지국가가 코로나19 사태 동안 이룬 성과를 축하해야 한다. 복지국가는 다른 곳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수백만명의 생계를 보호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유럽이 북미보다 사회정책을 배우기에 훨씬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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