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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자중지란과 혼돈의 정국…‘오세훈 차출론’은 이준석의 ‘빅 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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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88

반년 앞 성큼 다가온 대선 판세 중간 점검

윤석열 장모 구속 ‘나비 효과’로 전체 요동

여당, 이재명-이낙연 양강 구도 강화될 듯

야권은 홍준표 유승민 꾸준한 상승세 눈길


한겨레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은 7월 1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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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입니다. 후보 등록은 2월 13일과 14일, 사전투표는 3월 4일과 5일입니다. 대략 6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누가 다음 대통령에 당선될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심지어 어느 쪽이 이길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상식적 전망이었습니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이 근거였습니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가 근거였습니다.

야권의 대선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고, 여당의 대선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것이 상식적 전망이었습니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정례적으로 조사하는 여론조사가 근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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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전망이 최근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정권교체 여론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이재명 양강 구도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지금 대선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결정적인 계기는 7월2일 윤석열 전 총장 장모 구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한 것은 그가 반정치, 반부패, 반문재인 세 가지 이미지를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6월 29일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곧바로 ‘반정치’ 강점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반정치주의 흐름을 타고 정치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역설적 상황에 맞닥뜨린 것입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인 콘텐츠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가 갑자기 구속되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가장 큰 무기인 반부패 이미지가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정치판에서 모든 사건은 서로 연결되어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종의 나비 효과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 장모가 구속되면서 국민의힘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여론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여러분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오랫동안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다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로 돌아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대통령 선거 ‘본선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의 유력 주자로 부상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에 “이재명만이 윤석열을 이길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이 장모 구속으로 흔들리기 시작하자 민주당 지지층, 특히 광주·전남 지역 여론이 달라졌습니다. “이낙연으로도 이길 수 있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은 10월 초로 미뤄졌습니다. 두 달이면 긴 기간입니다. 이제 민주당 경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계속 지리멸렬하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니라 이낙연 전 대표가 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대역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 본인이 최근 캠프 참모들에게 “역전할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합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이낙연 양강 구도는 당분간 더 강화될 것 같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로서는 불안하겠지만, 더불어민주당 전체로 보면 경선 결과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좋은 일입니다. 경선 결과의 불확실성만큼 경선의 흥행 효과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김칫국’입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가 조금 올라가고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민주당 경선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입니다. 한심한 일입니다.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투표 찬성-반대를 둘러싸고 이제 와서 공방을 벌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소년공 시절에 입은 장애로 군에 가지 못한 사람을 이명박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표와 싸잡아서 병역 미필자로 비난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요?

이런 추태를 보이는 것은 후보들과 캠프, 그리고 열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가 좋아진 것은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른 위기감의 반영이라고 봐야 합니다. 당 지지도가 오른 것도 야당의 부진에 의한 반사이익과 약간의 경선 흥행 효과 때문일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벌써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오만한 모습을 보이다가는 “우리가 언제 당신들한테 정권 준다고 했냐”고 순식간에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나 이낙연 전 대표나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패배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대역적’이 되는 것입니다.

경선 후보들의 경쟁이 흑색선전이나 마타도어로 치닫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 지지자들 전체의 집단 지성이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야권 사정은 어떨까요? 여당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야당 지지자들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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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전체 파이의 크기가 줄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발표한 한국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 주자들의 지지도는 윤석열 19%, 홍준표 4%, 최재형 3%, 안철수 3%, 유승민 2%, 황교안 1%입니다. 더하면 32%입니다. 여당은 이재명 27%, 이낙연 14%, 추미애 2%, 정세균 1%입니다. 44%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야권의 대선주자가 되든 여당 후보를 이기기 어렵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둘째, 윤석열 전 총장 지지도가 하락세입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정례적인 ‘보수 진영 대통령 후보 적합도’ 항목이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27%, 25%, 25%, 22%로 내려갔습니다. 가상 대결에서도 ‘이재명 46%, 윤석열 33%’, ‘이낙연 42%, 윤석열 34%’로 밀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관성적으로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 계속 버틸 힘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셋째,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오름세입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은 7%, 8%, 10%, 10%로 올랐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도 8%, 9%, 9%, 10%로 올랐습니다. 완만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의 지지도가 오름세라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야권의 경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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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오르기 시작했지만 윤석열 전 총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야권의 유력한 주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갈수록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야권은 대선 승리는 고사하고 누가 대선 후보가 될지조차 알 수 없는 대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야권의 복잡한 상황에 대해서는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이 <피렌체의 식탁>에 쓴 글이 읽을 만합니다.

장경상 국장은 당직자 출신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야권 내부의 흐름에 상당히 밝은 사람입니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는 총 14명이다. 이들 가운데 4강 진출자는 두 차례 예비경선을 통해 추석(9월 21일) 이후 9월 말에 가려진다. 이런 수순이라면 국민의힘 경선 버스는 늦어도 8월 하순께 출발해야 한다. 윤석열의 탑승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최재형의 승부처는 경선 초반부가 될 것이다. 7월 하순~8월 중순, 앞으로 한 달 안에 지지율에서 당내 1위, 야권 1위를 거머쥐고 동시에 본선 경쟁력을 과시해야 한다. 최재형의 속도전은 윤석열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다.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외통수나 마찬가지다. 그렇지 못하면 야권 지지층은 또 다른 회전목마를 찾거나 비장의 카드까지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오세훈 차출론이다.

최재형이 TK를 넘어 중원으로의 진출에 실패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거꾸로 중원에서 TK로 향할 수 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의 성공방정식이다.

오세훈 시장은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념관’ 철거에 나서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반문(反文) 상징성을 강화하면서 보수 지지층에게 남아있는 탄핵의 상처를 달래줄 수 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문재인 방역’과 ‘오세훈 방역’의 대립구도 역시 나쁘지만은 않다. 오세훈이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지만, 그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정치세력 교체와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운 김동연 전 부총리도 살아있는 카드다. ‘개천 용’ 신화와 스캔들 없는 인생역정, 경제관료 경력 등은 차별화 포인트로 손꼽힌다.

오세훈·김동연 카드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확정 이후에도 유효하다. 윤석열과 당내 차기 주자들이 이재명·이낙연을 압도하지 못한다면, 보수 야권의 회전목마는 더 멀리 더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4월의 별 오세훈·안철수, 6월의 별 윤석열, 8월의 별이 되려는 최재형, 가을 하늘의 별을 노리는 홍준표·유승민, 그리고 새로운 혜성들까지. 보수 지지층의 필승마(必勝馬) 찾기는 계속될 것이다.
장경상 국장 이외에도 정치판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최근 오세훈 차출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총장, 홍준표 의원 등을 은근히 견제하는 배경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전격적으로 징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오세훈 차출론이 보수 야권과 이준석 대표의 심모원려(深謀遠慮)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습니다. 단순히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한번 이기기 위한 카드가 아니라, 차차기 대선까지 내다보는 ‘빅 피처’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만약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된다면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로 결정되는 서울시장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국민의힘에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일까요?

이준석 대표는 어떨까요? 대통령 피선거권은 40세 이상이지만 서울시장 피선거권은 25세 이상입니다. 1985년생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 출마 자격은 없어도 서울시장 출마 자격은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2026년 6월에 임기가 끝납니다. 21대 대통령 선거는 2027년 3월입니다. 2027년에 이준석 대표는 42세가 됩니다. 먼 나라 얘기로만 알고 있던 ‘보수 정당의 40대 대선주자’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여러 단계의 중간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오세훈 대통령 당선, 이준석 서울시장 당선 등 매 단계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7월 22일 치에 ‘이번 대선도 정권 심판 선거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마지막 대목에 핵심을 담은 것 같습니다.

“야권이 국정 능력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 채 문 대통령 비판만으로 내년 대선을 치르려 한다면 작년 총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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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라면 보수 세력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세 번째 서울시장으로 만만치 않은 시정 경험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에 세 번 당선될 만큼 큰 선거에 강한 정치인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오세훈 선거법’으로 정치 개혁에 기여했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서울시장 임기를 마친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야권 지지자들이 그를 부른다면 서울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세훈 차출론, 과연 가능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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