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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실질 최저임금 1만1000원 시대…정부, 경총 '이의제기'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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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전에도 수용한 적 없어…경총 "중기·소상공인 생계 위협, 고용에 부정적"

아이뉴스24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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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천16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경영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제기에 나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실질 최저임금이 1만1천원에 달하면서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생존 위협과 함께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3일 '2022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총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지난 2017년, 2018년에도 이의를 제기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440원) 올린 시급 9천16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기준 유급 주휴를 포함해 월 209시간 근무할 때 191만4천440원으로, 올해보다 9만1천960원 오른 수준이다.

경총은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크게 4가지 문제점을 중심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1%의 산출 근거를 두고 현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제성장률(4.0%)에 소비자물가상승률(1.8%)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0.7%)을 뺀 값으로 결정됐다.

해당 산식의 방식에 따르면 현 정부(2018~2022년)에서의 최저임금은 지난 5년간 누적 기준 경제성장률 11.9%, 소비자물가상승률 6.3%, 취업자증가율 2.6%를 고려해 15.6% 인상돼야 했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41.6% 인상돼 경제 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인상됐다는 것이 경총의 주장이다.

또 올해 최저임금(8천720원, 1.5% 인상)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던 2020년 경제성장률(-0.9%)과 소비자물가상승률(0.5%), 취업자증가율(-0.8%)을 고려하면 0.4% 인상에 그쳤어야 하지만, 1.5% 인상됐다.

경총 관계자는 "법에 예시된 최저임금 결정기준 상 인상요인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임에도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했다"며 "최저임금 주요 지불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 적용 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2022년 최저임금 인상률 5.1% 산출 근거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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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경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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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은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 최저임금법에 예시된 4개 결정기준상 최저임금 인상요인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임에도 올해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법에 예시된 기준 중 유사근로자 임금과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중위수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적정수준의 상한선이라 할 수 있는 60%를 이미 초과했다. 또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G7 선진국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으로, 30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도달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은 그동안 소득분배 개선에도 뚜렷한 효과를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비 측면에서도 현 최저임금은 정책대상이 되는 저임금 비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소득분배와 생계비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요인은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와 함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저소득 계층이 많은 소상공인의 부담 증가 등이 소득분배 개선 효과를 상쇄한 결과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부작용이 많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다각도의 정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9천160원으로 확정될 경우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실질적 최저임금은 1만1천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대다수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은 물론, 내년까지도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아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에게 큰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근로자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은 지난해 경기 충격에 대한 회복 정도가 약한 상황"이라며 "특히 소상공인이 밀집된 숙박음식·도소매 업종과 소규모 기업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게 나타나 최저임금이 수용되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내고 있었는 바 이러한 상황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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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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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총은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에 있어서 업종별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업종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 동안 일괄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업종간 최저임금 미만율 편차는 40.4%p(숙박음식업 42.6% vs 정보통신업 2.2%)에 달한 만큼,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이 사실상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 최저임금 수준이 매우 높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정도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예년의 관행만을 앞세워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G7 등 주요 선진국들의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도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나타내는 중위수 대비 최저임금 수준(2021년 기준)도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7.25달러로 동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9년 4천원에서 2021년 8천720원으로 이미 120% 가량 오른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또 바이든 정부가 연방 최저임금을 기존 7.25달러에서 2025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에 부딪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낮은 11달러 인상도 검토됐지만 이 역시 실현될 지에 대해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총 관계자는 "2022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주요 선진국(G7)들의 2022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높지 않다"며 "더구나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나 최근 인상속도가 크게 다른 만큼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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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경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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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총은 일각에서 현 정부 최저임금 인상률을 직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과 단순 비교해 낮다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직전 정부(7.4%)에 비해 현 정부(7.2%)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다소 낮기는 하나, 현 정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큰 변수였던 만큼 경제상황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 최저임금인상률의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총 관계자는 "임금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오르는 것이 훨씬 어려운데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 선진국 최상위권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인상에 한계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전 정부에서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주로 40%대였다"며 "현 정부는 3년차인 2019년부터 이미 60%를 넘어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인상이 훨씬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경총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30~40%에 머물렀던 과거와 유사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과 취약계층 일자리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무리한 결정이었다"며 "우리 최저임금 역사상 재심의 전례가 없었다 해 이번 이의제기 절차가 요식화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현장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재심의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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