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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는 여의도 '일타강사'를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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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민의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정치인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오마이뉴스

▲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게시판에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서울대 본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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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그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 알려졌고, 업무와 상관없는 필기시험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시험으로 대학 건물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쓰라고 한 것이 밝혀지면서 더 큰 분노를 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TF가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과 달리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특히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자격시험에 대해 반대한다"라는 뜻을 밝혀 자격시험에 대한 당내 갈등이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시험과 국민의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겠냐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업무와 상관없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으로 어떤 문제들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 이준석 대표의 발언으로 짐작해본다면 '독해능력' '컴퓨터 활용능력' 등을 문제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시험 난이도 측정을 위해 일부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모의평가를 실시했는데, 수능 일타강사들이 만든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문제를 접한 관계자들은 지문이 너무 길고 어려워 난이도 조절을 요청했다고 한다.

문제는 난이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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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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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는 모의시험에 대해 22일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7급 공무원 언어논리 PSAT(공직 적격성 테스트) 정도의 난이도였습니다"라면서 "적합한 난이도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난이도가 아니다.

종종 접하는 정치인들의 비상식적인 언행들을 보면 이 대표가 말한 것처럼 공직자에게도 시험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공직 후보자가 되는데 '독해능력'과 '컴퓨터 활용능력'이 업무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독해능력'과 '컴퓨터활용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정치인 중엔 소위 SKY 출신의 명문대 졸업생이 많다. 한때 공부 잘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여의도인데 우리나라 정치 수준은 어떠한가? 이들이 위 능력이 부족해서 이 모양인 걸까?

이준석 대표는 난이도를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난이도를 조절해도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은 건물 이름을 영어로 쓸 수 있어도 청소노동자에게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럼 청소노동자들은 정치인이 될 기회조차도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었음에도 노동현장에서 잇따른 인재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노동자 출신의 정치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만 잘했던 '잘난 사람'들로만 의회가 구성돼 현장을 모르고 정책을 입안하기 때문이다.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노동자를 국회로 보내는 것이고, 대학생과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대학생과 여성을 국회로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시험을 보게하겠다는 것은 정치하지 말란 뜻과 같다. 자격시험을 두면 노인과 장애인,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더 정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준석 대표가 생각하는 정치인에는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은 없는 걸까?

나는 2017년 청년정당 미래당을 창당하면서 정치권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그러나 내가 꿈꾸는 세대교체는 비교적 '독해능력'과 '컴퓨터활용능력'이 뛰어난 청년세대로 다 교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회는 청년과 노인, 남자와 여자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어야지 특정 사람들로만 구성된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준석 대표 생각대로라면 우리나라 의회는 7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구성하면 될 것인데 그게 이상적인 의회의 모습일까?

정치인에게 필요한 능력은 설득하고 수용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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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미래당 13차 전국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한 전국 미래당 대표들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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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당은 아직 작은 원외정당이다. 하지만 거대정당 못지않게 때로는 당원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당원들을 설득하며 당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정당은 작아도 당대표가 된 이후로 수용과 설득은 일상이 됐다. 각종 회의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수용'과 '설득'이 필수다.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중앙당 공동대표 시절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전국 회의를 좋아하지 않았다. 전국 대표들이 모이는 이 자리는 길면 10시간가량 회의를 하는데 그 시간이 제법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빨리 마치려 하지 않았다. 자기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계속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득과 수용의 시간이 지나면 약간의 이견은 있어도 합의안에 따른다. 그것이 전국 대표단들이 '합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원 하나 없는 원외정당에서도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오랜 시간 토론하고 그 결과는 받아들이는데, 거대정당인 국민의힘은 아직 합의하는 법도 모르는 듯하다.

지난 1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라고 양측 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국민의힘 내부 반발로 100분 만에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 16일 이준석 대표는 내부 반발에 대해 "내가 젊어서 그런 것 같다"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 당시에는 반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변명이었다. 대표가 합의를 했으면 당내 반발에 자기 소신껏 싸우며 설득하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데 핑계가 고작 '내가 어려서'라니. 이준석 대표의 번복으로 인해 재난지원금을 받게 됐다가 100분 만에 취소된 국민에게 이런 변명이 가당키나 할까. 그러고는 또 지난 21일 송영길 대표와의 토론회에서는 다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재합의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능력은 '독해'나 '컴퓨터활용' 능력이 아니다. 설득하고 수용하면서 결과에 합의할 줄 아는 자세다. 자격시험을 도입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당내에서 독단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자격시험 도입이야 당내 문제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처럼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정책들에 대해서는 신중을 가할 것을 부탁한다. 프로보커터 당대표 때문에 전 국민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말이다.

이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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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서른을 앞둔 지금은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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