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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법 “재심 청구인이 주장 않은 부분까지 심리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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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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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재판부가 청구인이 주장하지 않은 부분까지 직권으로 심리해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및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ㄱ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중 반공법 위반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ㄱ씨는 1975년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1세대 인권변호사인 한승헌 변호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 공안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았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변호사가 있는데 정부에서 구속시켜 매장하려 한다”고 말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또 여자친구에게 “공산주의 이론은 좋은 것이다” 등을 말한 혐의도 받았다. ㄱ씨는 1976년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자격정지 1년6개월, 이듬해 2심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고 판결은 확정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3년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1975년 5월 제정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 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019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처벌받은 ㄱ씨의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청구를 받아들인 서울고법은 “재심 이유가 명시적으로 인정된 긴급조치 9호 위반죄 부분은 물론, 반공법위반죄도 위법 수사 등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찰이 긴급조치 위반죄에 대해서만 재심을 청구했는데도, 재판부가 직권으로 반공법위반죄까지 심리·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재심법원은 재심청구인이 재심사유를 주장하지 않은 반공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다시 심리해 유죄 인정을 파기할 수 없다”며 “다만 양형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 한해서만 심리를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공법 위반 부분을 다시 심리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재심의 심판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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