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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갑질’ 소품이 된 10원짜리 동전… ‘나 홀로’ 수요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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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10원화 발행 증가율 1.5%…다른 동전 대비 높아

한은, 8월에 현금 사용행태 조사 통해 사용 경로 파악 예정

일각선 "구매 가치 떨어져 방치된 것 아니냐" 추측 내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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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동전을 누구도 줍지를 않다보니 사무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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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동전은 천덕꾸러기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렇다. 매년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에 반비례해서 10원짜리 동전의 구매가치는 떨어진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1잔 값을 10원짜리로 치르려면 무려 410개가 필요하다. 은행 영업점 창구마저도 10원 동전을 기피하게 된 지 오래다.

10원짜리 동전이 ‘진상’, ‘갑질’ 뉴스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이유다. 최근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10원짜리 동전 수십만 개로 핸드백 값을 결제해 다른 고객의 매장 이용을 방해한 리셀러(재판매업자)가 화제가 됐다. 몇 년 전에는 한 편의점주가 10대 아르바이트 근로생에게 밀린 월급을 10원짜리 동전 1만개로 줬다가 뭇매를 맞았다.

◆‘진상’, ‘갑질’ 소품이 된 10원화...지난해 주화중 나홀로 증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가 싶던 10원짜리 동전 수요가 최근 크게 늘었다. 다른 동전과 달리 최근 몇 년간 발행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2020년 최근 3년간 10원화 발행 증가율은 1.5%를 기록했다. 500원화(0.2%), 100원화(-0.5%), 50원화(0.4%) 등 다른 동전의 발행 증가율이 제자리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났는데도 10원화 발행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10원화 발행량은 2019년 87억7600만개에서 지난해 88억7500만개로 1억개 가량(1.1%) 늘었다. 한은이 지난해 발행한 주화 중에서 전년보다 발행량이 는 건 10원화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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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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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화 발행 비용이 20원, 찍을수록 손해

한은도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더군다나 ‘동전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한은으로선 10원 주화 수요증가가 달가울리 없다.

국가 재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10원화는 액면 비용보다 발행 비용이 더 들어간다. 발행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셈이다. 2006년 이전 발행된 10원화의 제조 단가는 개당 40원이었다. 더 가볍고 작은 현행 10원짜리 동전 원가는 20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느라 20원을 쓰는 것이다.

결국 한은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다음 달부터 현금 사용행태 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은은 10원화의 수요처와 사용경로를 파악한다. 한은은 조사 실시계획안에서 “최근 동전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0원화의 수요가 유독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파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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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를 용광로에 넣고 녹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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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여서 불법판매? 집에 방치?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10원화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도 똑 떨어진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과거 발행된 10원화는 구리 성분의 비중이 높았다. 구리값이 비싸다보니 이를 녹여 원자재로 불법 판매하는 범죄가 종종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현재 10원짜리 동전은 크기와 무게가 이전 주화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이병창 한은 발권국 화폐연구팀장은 “거스름돈 수요라고 가정한다면 모든 동전 발행량이 나란히 늘어야 논리적으로 맞다”고 의아해했다. 돈을 가장 많이 다루는 은행원들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원짜리 동전을 찾는 개인 고객은 거의 없고, 대형 마트나 시내버스회사 직원이 대부분”이라며 “최근 몇 년간 특별히 수요 증가세를 체감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름의 추측을 내놓았다.

“길거리에 10원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다고 해서 주워갈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나. 집집마다 굴러다니는 10원짜리 동전이 수두룩할 것이다.”

관심권에서 멀어지다보니 ‘자연 감소’가 발생한 것 아니겠냐는 추론이다. 한은은 10월 하순 현금 사용행태 조사 최종 보고서를 평가할 예정이다. 그때 ‘10원짜리 동전 미스터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백준무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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