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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올림픽 성관계 방지용' 조롱에 불똥 튄 종이 침대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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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촌 비치된 '종이 침대' 논란]

선수들 문제제기에 '성관계 방지용' 조롱까지

이후 "의외로 튼튼" 다른 선수들 반박 이어져

종이 가구, 기술 발달로 10여년 전부터 판매

업계 "튼튼하고 환경친화적···의구심 풀렸으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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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막을 올린 도쿄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경기보다 먼저 세계인의 이목을 끈 것은 ‘침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대의 내구성과 도입 취지 등을 놓고 선수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문제제기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성관계 방지용 침대’라는 조롱까지 했다. 이후 ‘침대는 튼튼하다’는 다른 선수들의 반박이 이어졌지만 오명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기세다.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종이 가구 업계의 마음은 편치 않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성장 중인 종이 가구 시장이 이번 논란으로 타격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별안간 ‘올림픽 핫이슈’로 떠오른 종이 침대는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특징이 있을까. 그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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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침대 논란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국 선수들이 지난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촉발됐다. 미국 육상 국가대표인 폴 첼리모는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본다면 종이가 젖어서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오늘부터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팀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지난 21일 게재된 동영상을 보면, 조정 선수 숀 커크햄이 종이 침대 모서리에 앉자 침대 프레임이 찌그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성관계 시 무너지도록 제작된 종이 침대에서 자게 됐다”며 비꼬았다. 선수촌에 제공된 침대의 내구성과 취지를 문제 삼은 것이다.

논란은 다른 선수들의 반박이 이어지며 한층 뜨거워졌다. 아일랜드 체조 국가대표 리스 맥클레너건은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침대 위에서 점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에서 그는 “격렬한 움직임에도 침대가 무너지지 않는다”며 “이 침대가 ‘성관계 방지용’이라는 것은 가짜 뉴스”라고 말했다. 호주 하키팀 NSW 프라이드 인스타그램에도 호주 하키 선수 5명이 한 침대에 앉아 있는 사진이 게시됐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선수촌 가구들이 올림픽 종료 후 버려진다는 문제 의식 하에 종이 침대를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침대를 제작한 업체의 대표는 종이 침대가 200㎏의 하중도 버틸 수 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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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촌 침대’를 두고 벌어진 갑론을박은 종이 침대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종이가 가구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1970년대 캐나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전시용으로 종이 의자를 선보인 것에서 시작해, 2010년 전후로 미국과 호주 등에서 종이 가구를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가 생겨났다.

변화를 이끈 요소는 ‘종이 가공 기술의 발달’이었다. 지난 2018년부터 국내에서 종이 가구 브랜드를 운영하는 박대희 씨는 “종이 가공 기술이 고도화되며 아파트 단열재, 자동차 엔진 블록 포장재에도 사용될 정도로 강한 종이들이 개발됐다”며 “또 종이는 겹치거나 붙이면 강해지는 특성이 있어 이 기술들을 활용해 침대를 만들면 충분히 200~300kg에 달하는 하중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종이 가구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MDF 같은 가공 목재로 제작된 가구들은 소각되는 과정에서 적잖은 환경 호르몬을 방출하는 반면, 종이 가구는 재활용이 용이하고 보다 잘 분해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종이가구 업계가 최근 불거진 ‘올림픽 종이 침대 논란’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이 가구 판매업체 관계자는 “종이 가구는 가격도 저렴하고 친환경적이어서 장점이 많은데 자칫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까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씨도 “종이 가구 시장이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일로 불꽃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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