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택배차의 재발견] 9천대 차량이 전국 곳곳 스캔... '데이터 시대' 첨병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뷰] 손수호 한진 택배기획팀 과장, 박한수 UOK 팀장

한진-UOK, 택배 차량으로 거리 촬영, 도로데이터 수집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여러 분야 활용 전망

아주경제

손수호 한진 택배기획팀 과장(왼쪽), 박한수 UOK 전략기획팀장이 한진 택배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택배 차량이 미래의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급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병’으로 변신한다. 국내 물류·운송기업 한진의 신사업 이야기다.

한진은 전국에서 운용 중인 9000여 대의 택배 차량을 활용해 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위에 뽑혀 시작된 신사업이다. 한진은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의 주도하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사업을 위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 솔루션 기업 UOK와 손잡았다. UOK는 지리정보체계(GIS)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국내 포털사와 지도 구축을 함께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기술 기업이다. UOK는 택배 차량에 장착할 카메라를 제작하고 관련 솔루션을 개발·적용한다. 카메라는 택배 차량 좌우, 차량 내부에 블랙박스형 타입으로 탑재된다. 이는 건물, 가로등, 시설물, 노면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촬영한다.

현재 양사는 택배 차량에 장착할 카메라와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 한진은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심지역의 도로 데이터를 2~3일 주기로 촬영할 계획이다. 한진은 매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한 도로 데이터의 최신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은 도로 데이터가 정확한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데 활용될 뿐만 아니라, 지도와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가 성장하는 데에도 자양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 측은 앞으로도 회사가 보유한 물류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창출에 적극 나서고 ESG경영을 더욱 강화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진과 UOK 실무자를 통해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손수호 한진 택배기획팀 과장(이하 손)과 박한수 UOK 전략기획팀장(이하 박)과의 일문일답.

아주경제

한진 택배 챠량 우측 상단에 부착된 카메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택배 차량으로 도로 사진을 찍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계기는.

“손. 2019년에 ‘택배 서비스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제안’을 주제로 한 사내 공모전에서 1위에 선정된 아이디어다. 직원들이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내부 심사 기준에 따라 이를 검토했다. 택배 차량에 카메라를 부착, 도로를 촬영하자는 아이디어가 1등을 차지했다. 영업 관리팀 소속 직원의 제안이었다. 이후 도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데이터 산업까지 확장하자는 계획이 추가됐다.”

-함께 할 파트너로 UOK를 선택한 이유는.

“손. 네이버, 카카오 등에도 제안했다. 이중 UOK가 저희와 함께하는 것에 강한 의지와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박. 도로 입체 영상이라는 게 360도 파노라마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다. UOK는 VR의 개념이 등장하기 전인 2003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촬영한 이미지를 액티브하게 만드는 영상 기술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인정받은 것 같다. 또한 차량 플랫폼 자체를 우리가 설계한다. 국내 포털사에도 납품하는 차량으로, 현재도 전국의 도로를 촬영하고 있다. 구글에서도 촬영 관련해 몇 번 오퍼를 받은 적이 있다.”

-주요 관광지나 오지 같이 택배 차량이 가지 않는 곳은 어떻게 촬영하나.

“손. 수요처가 오지나 관광지 등의 도로 데이터를 원하면 도보로 가서 그 부분만 수집하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는 택배 차량이 다니는 길목이나 루트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박. 저희가 생각하는 가장 큰 콘셉트는 택배가 운행하는 지역에 대한 영상을 찍어보는 것이다. 그 외의 곳들은 촬영 항목이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 필요로 한다면 따로 차량을 편성해서 찍는 방식을 고민해볼 것이다.”

-택배 차량으로 도로 데이터를 촬영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

“박. 택배 차량은 같은 길을 반복해서 가기 때문에 지도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면에서 유리하다. 다른 기업에 비해 관련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다."

-택배 기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소지는 없나.

“손. (기사님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UOK와 논의해서 스크린 터치 방식, 온·오프 버튼 방식 등을 적용해 기기를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안내할 계획이다. 택배 기사님들께 데이터 판매로 발생한 수익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부수입이 되면 기사님들의 참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관련해 기사님들의 동의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급적이면 기사님들의 부담이 없도록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도로 데이터를 판매하는 게 사업 모델인가.

“손. 아이디어의 시작은 데이터 수집이었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게 됐다. 민간업체라든지, 공공기관, 대학, 연구기관에서도 이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택배 외적인 부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박. 내비게이션 업체나 자율주행 업체들의 경우 지도 데이터가 필요한데, 일부 구역의 데이터만 가지고 있어선 의미가 없다. 택배 차량의 장점은 도심 곳곳을 자주 다니고, 외곽 지역도 한 달에 한 번은 꾸준히 간다는 점이다. 변화하는 도심 환경을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방식은 데이터의 최신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성이 굉장히 높다. 데이터 구축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큰 장점이다.”

아주경제

한진 택배차량 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로 데이터 판매에 이어 추가로 도모할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이 있나.

“손. 한진이 단순 물류만 하는 기업이 아니라 이런 신사업으로 자체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나아가, 자율주행 시대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향후 사업 추진 일정은.

“손. 이제 3개월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일대의 도로 데이터를 택배 차량으로 촬영하는 테스트를 시작한다. 현재 잠재 수요처에 대한 프리세일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명섭 기자 jms9@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