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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한 커피’라는 의미 [박영순의 커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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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특정 과일을 연상케 하는 신맛이 느껴지는 커피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 패션프루츠도 익은 정도에 따라 단맛이 달리 표현되면서 산미의 뉘앙스가 다른데, 커피의 신맛도 섬세하기가 이와 같다


“좋은 커피에서는 신맛이 난다”는 말이 파다하다. 산지가 명확하고 신선한 커피 생두가 많아지면서 로스팅 방식도 최근 수년 사이 가볍게 볶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기름이 배어날 정도로 진하게 볶아 묵은내를 없애야만 하는 생두들이 줄어든 상황이 커피의 신맛을 유행시키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맛이 나야 좋은 커피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좋은 커피에서는 반드시 신맛이 감지된다. 다만 신맛이 주는 느낌이 긍정적이어야 좋은 커피라 할 수 있다. 커피뿐 아니라 와인, 맥주, 올리브오일 테이스팅에서 신맛은 품질을 가늠하는 지표이다. 그럼에도 신맛을 표현하는 단어들의 정의와 활용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통에 혼선이 빚어지는 일이 잦다. 영어가 향미 언어의 세계적 표준으로 사용되는 점도 우리로서는 관능적 뉘앙스를 깊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신맛을 5대 미각의 하나로 표현할 때는 ‘사워 테이스트(sour taste)’ 또는 ‘사워니스(sourness)’라고 적는다. 신맛 자체는 향미적으로 가치 중립적이고, 이화학적으로는 수소이온의 자극이다. 수용액에서 수소이온을 생성하는 물질을 ‘산(acid)’이라고 정의하므로, 한 잔의 커피에 들어 있는 아세트산·포름산·퀸산·구연산·사과산·주석산 등은 모두 신맛을 유발하는 성분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 음료가 대체로 pH5 정도인 산성을 띠므로 신맛을 유발한다. 산의 세기를 나타내는 ‘어시더티(acidity·산미)’는 명사로서 정체성을 나타낼 뿐 감성을 담지 못한다. 따라서 “산미가 좋다” “산미가 자극적이다”는 식의 서술이 필요하다. 이를 간단하게 표현하기 위해 감각 형용사를 사용하는데, 명사와 달리 주관적이어서 같은 단어라도 사람마다 활용이 다르다. 커피의 신맛을 표현하는데 ‘사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권위 있는 세계적 커피 기구인 월드커피리서치(WCR)는 ‘사워’를 “구연산을 연상시키는 기본적인 신맛의 요소”라고 정의한다. 사전적으로도 ‘맛이 시다’ 또는 ‘시큼한’으로 풀이된다. ‘사워’에 관능적인 호불호가 담기지 않지만, 커피 향미를 평가할 때 ‘자극적인 신맛’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지적하는 용어로 활용된다. 우리말 ‘시큼하다’가 ‘사워’의 쓰임과 비슷하다. ‘맛이나 냄새 따위가 깊은 맛이 있게 매우 시다’(시금하다)는 느낌보다 그 정도가 거셀 경우 ‘시큼하다’고 한다. 적절함을 지나치는 관능적 요소들은 모두 향미의 균형을 깨는 ‘자극’이 되기 때문에 감점요소가 된다. 불쾌감을 주는 신맛이라면 타트(tart), 어설빅(Acerbic), 리오이(Rioy), 액시드(Acid), 펀전트(pungent), 샤프(sharp)라는 용어를 쓴다.

신맛이 좋게 느껴질 때는 주변에 단맛이 감돌거나 부드럽고 풍성함을 단향이 함께 어우러질 때이다. 이럴 때 ‘새콤달콤하다’ ‘산미가 부드럽다’고 표현하거나 브라이트(Bright), 크리스프(Crisp), 바이브런트(Vibrant), 에퍼베슨트(에페르베상·Effervescent), 디파인드(Defined), 델리컷(Delicate), 러시(Lush) 등을 사용해 산미로 인해 기분이 경쾌해짐을 표현하면 좋다. 질 좋은 산미는 과일을 떠올리게 하므로 파인애플, 자몽, 석류, 패션프루츠 등 과일의 이름을 대면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기쁨이 더욱 커진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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