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5000만원이면 은마아파트 산다"…'응팔' 성동일 말에 요즘 직장인 "이생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 매물 홍보물을 바라보고 있다. <한주형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내와 맞벌이 하며 아끼고 또 아끼면, 내 집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십여년 모으면 살 수 있을 정도의 아파트가 치솟는 집 값과 대출 규제로, 이제는 희미한 꿈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40대 직장 男)

# 그동안 청약을 100번 가까이 넣어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어요. 최소 60점대는 돼야 한다고들 하는데. 사실 지금은 청약이 된다 하더라도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져, 잘 끌어 모은다 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아요. 청약 당첨은 커녕 대출도 안나와요.(쓴웃음) 다음 생애에도 빚 갚고 있지않나 싶습니다.(30대 직장女)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42조원 가까지 폭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은행 대출규제 '풍선효과'로 인해 2금융권 대출도 급증세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집을 사기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집을 사려는 대부분의 대출 수요자는 3040 직장인들이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6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41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잔액 역시 103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전월(1024조1000억원)보다 6조3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대출 규모는 주택담보대출에서 5조원, 기타 대출에서 1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4~5월 월평균 7조3000억원 수준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상당한 오름세를 보인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월별 통계로는 계절성 요인이 있어 추세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상반기 은행권 대출 증가세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상반기를 갱신하는 등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역대급 청약·대출규제로 멀어지는 내집 마련 꿈


# "생돈 5000만원을 뭐 한다고 은행에 처박아 놓습니까. 은행 이자가 15%밖에 안되는데 택이 아빠~ 아파트 하나 사이소"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중 덕선의 아버지 역을 맡은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직원인 성동일이 택(박보검 역)의 우승 상금 5000만원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아버지 최무성에게 한 대사다.

성동일은 우승 상금 5000만원으로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를 사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요즘 이 아파트 값이 20억~30억원대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감안하면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이 두 배정도 올랐다는 집계가 공개되면서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자조 섞인 말이 흘러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문재인 정부 4년간 실질 가구소득은 7%(298만원)밖에 오르지 못한 반면 아파트 값은 약 93%(5억7000만원) 올랐다"고 밝혔다.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당(3.3㎡) 2061만원이었으나 4년이 지난 올해 5월에는 1910만원(93%) 오른 3971만원이 됐다. 30평형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6억2000만원에서 11억9000만원으로, 약 5억 7000만원 급등한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가구소득 기준으로 아파트 매입까지 25년이나 걸린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도 집값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말 PIR(2019년 말 대비)은 112.7%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106.6%), 영국(106.5%), 일본(99.5%), 독일(106.9%), 프랑스(104.8%), 스페인(106.3%), 호주(99.2%) 등 다른 나라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3040세대 직장인들이 주식가 비트코인 등에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상공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 매경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통계인 KB리브부동산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값은 10억1262만원으로,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3억1611만원 올랐다. 상승률로 보면 45.4% 올랐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중산층(연 소득 3분위 가구)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7.8배를 기록했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7.8년 동안 모아야 서울에서 아파트, 빌라 등을 포함한 주택 1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더욱이 저소득층인 연 소득 1분위 가구가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같은 방식으로 최소 20.4년을 모아야 한다.

내 집 마련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소득 증가율은 더딘데, 집값은 너무나도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가계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전년대비 0.4%(1만8000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3월 대비 올해 3월 주택가격은 서울이 13%, 전국이 11.16% 올랐다.

PIR은 집값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집값과 소득은 각각 1분위(하위 20%)~5분위(상위 20%)로 분류돼 총 25개 PIR이 산출된다. PIR 통계에서 주로 쓰이는 수치는 중위 소득(3분위) 계층이 중간 가격대(3분위) 집을 살 경우다. '직장인이 집을 사려면 월급으로 몇년이나 걸리느냐'에 대한 대답이어서다.

이 값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4년 9월(8.8년)이었다. 이후 집값 상승을 타고 2017년 5월 10.9년으로 늘었고,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로는 17.8년이 됐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대출규제를 과도하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 되레 역풍을 맞고 있는 것 같다"면서 "대출을 조이면 사람들이 '집을 안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집을 못 사게 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과도한 대출 규제가 주택 수요를 줄이는 역할은 커녕 오히려 매수심리를 자극해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에 대한 '조급증'을 갖게끔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주택 값 당분간 더 오른다…선행지표 모두 우상향 곡선


올해 상반기 서울의 민간분양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훌쩍 뛰어 넘었다.

2019년 초만해도 17대 1 수준이던 경쟁률은 지난해 85대 1로 껑충 뛰더니, 올해 115대 1로 치솟았다. 서울 내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데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다보니 청약시장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첨 가점 커트라인도 높아졌다. 2019년엔 43점이면 당첨권이었는데 지금은 60점 이상 얻어야 가능하다.

지난해 말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는 2710만2693명으로, 우리나라 가구 수(2309만3108가구)를 추월한지 오래다. 전체 청약 가입자 중 1순위가 1494만8433명일 만큼 청약 수요는 포화상태다. 청약제도 개선과 함께 근본적으로 공급 확대만이 청약 과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향후 집값 전망을 보여주는 각종 선행지표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현재 그리고 3~4년 뒤 풀릴 물량을 나타내는 공급지표 역시 악화됐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서 연일 집값 고점을 경고하며 매수 자제를 유도하고 있지만 지표들은 실제 이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수심리를 보여주는 '매매수급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 추세다. 지난 4월 109에서 지난달에는 121까지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그 만큼 공급 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이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매수우위 지수 역시 지난달 103.7로 전월대비 7.9포인트 상승, 다시 기준점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을 넘으면 매도자 보다 매수자가 많다고 답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보다 많으면 집값이 오르는 신호로 해석된다.

매수심리가 커지면서 매매가격 전망도 상승 중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지난달 서울 매매전망지수는 지난 4월 103.6에서 5월 111.5, 6월 118.3으로 올랐다. 이는 중개업자의 집값 전망으로, 100 보다 높을 경우 그 만큼 집값이 오른다는 대답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