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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MBC, 베이징올림픽 때도 무례 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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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화면에 체르노빌 자료화면을 사용했다.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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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면서 각국 선수단을 소개하는 자료 화면에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24일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고 사과했지만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 키리바시에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짐바브웨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의 소개 문구를 달았다. 차드에 대해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고 소개했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인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 같은 전례가 있었음에도 이번 올림픽 중계에서 똑같은 실수를 범한 것이다.

MBC 중계방송은 해외에도 소개돼 비판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헤럴드는 온라인 기사에서 “한국의 한 방송국이 올림픽 개회식 중계에 사용한 부적절한 국가 소개가 역겹다”고 보도했다.

한 일본 네티즌은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이었지만 일본은 무난한 초밥이었다. 해일이나 후쿠시마가 아니라 좋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외 네티즌들은 “이미 MBC가 사진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알지만 방송인의 지식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었다” “방송사에서 올림픽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쟁, 기근, 인구 과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 “MBC는 1인당 GDP와 코로나19 예방접종률로 말레이시아를 소개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발했다.

MBC 관련자 징계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MBC는 공영방송의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각 국가를 위해 힘쓰고 있는 선수들과 관계자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각 나라의 코로나 접종률·특정 국가의 상처가 되는 자료 사진을 게시함으로써 국제적인 비난을 우리나라 국민이 떠 앉게 생겼다”며 “각종 법 위반에 대해 조사해 주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방송 제작자뿐만 아니라 MBC 경영진까지 엄벌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날(23일)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소개 사진에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사용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에선 33년 전인 지난 1986년 4월 26일 20세기 최악의 원전 참사가 발생했다.

아이티 선수단 입장 때는 폭동 사진을 첨부한 뒤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띄우기도 했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이달 초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격으로 살해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진행자들은 “아이티는 최근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대통령 암살, 초유의 사태죠” 등 대화를 나눴다.

MBC는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하는 자료 화면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넣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자국 법정 통화로 채택해 논란을 빚었다.

이외에도 시리아 선수들이 입장할 때에는 ‘풍부한 지하자원, 10년째 진행 중인 내전’이라고 표기됐다. 마셜제도에는 ’1200여 개의 섬들로 구성,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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