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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나라' 상징 英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 한국에 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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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퀸엘리자베스호에서 함재기 F-35B가 이함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영국 해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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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AtoZ 시즌2-57] 영국은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고 불리며 지구를 호령했지만 20세기에 들어서 1, 2차 세계대전과 경제 활력 저하에 시달리면서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영국은 21세기에 들어선 뒤 EU 탈퇴(브렉시트)라는 국가의 운명을 뒤바꿀 변화를 맞이하며 유럽 경계를 넘어서 기회를 찾고 있다.

유럽 바깥으로 눈을 돌린 영국의 대외정책 확대는 특히 군사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영국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선명하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중인데 7월 21일 한국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을 더욱 중시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 지역에서 영국의 핵심적인 협력 파트너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20일 월러스 장관은 일본 도쿄에서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 군함의 아시아 상시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이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동아시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이다.

영국의 동진(東進) 정책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게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이다. 영국 해군은 공식 명칭인 '왕립 해군(ROYAL NAVY)'답게 최신 항공모함의 이름을 '대영 제국'의 기초를 마련한 엘리자베스 여왕을 기념해 퀸엘리자베스라고 지었다. QE급 2번함은 프린스 오브 웨일스(찰스 왕세자의 왕실 호칭)가 함명이다. 이들 항모 2척은 각각 2017년 2019년에 취역한 그야말로 최신 무기체계들이다. 영국 정부의 21세기 재도약을 뒷받침하는 전략자산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영국이 전략자산인 최신 항모를 동원해서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다. 미국이 대테러전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피벗 투 아시아'를 외치며 방향을 수정한 것처럼 영국도 지구를 반 바퀴 돌더라도 아시아에서 자국 미래를 키워나갈 꿈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영국이 항모 파견 및 전함 상시 배치 등 아시아 국가들과 정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경제적 성과도 수반된다. 바로 'made in UK'가 서서히 그러나 견고하게 뒤따라 오는 것이다. 한국 해군의 숙원이던 경항모 건조 사업에서 영국이 거론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것은 그 좋은 사례다.

지난달 9일부터 개최됐던 국제해양방위산업전(마덱스)에 영국 해군 함대사령관 제리 키드 제독(중장)이 직접 참석했다. 키드 제독은 바로 퀸엘리자베스의 인수함장 출신이었다. 퀸엘리자베스의 건조와 운용 과정의 세세한 부분을 영국 해군에서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사라고 볼 수 있다. 영국군 고위 장성이 한국에서 군사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영국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키드 제독의 방한 이후 한 달여 만에 한국을 찾은 월러스 장관은 한·영 국방장관 회담 모두 발언에서 "한·영 해군은 항모 작전 운용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긴밀히 협조 중"이라며 9월 초로 예상되는 영국의 퀸엘리자베스호 항공모함 전단의 부산 입항을 언급했다.

영국이 한국 경항모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으며 물밑 접촉을 통해 사업 참여를 타진해 온 것이 외부로 알려진 게 이미 지난 3월부터였다. 한국 해군이 경항모 건조에 착수했으나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던 차에 영국이 가려운 곳을 긁어준 셈이었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유럽 이외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회를 찾고 있었고 한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영국 해군 함대사령관과 국방장관의 연이은 한국 방문으로 나타났다.

영국이 정치 군사적 존재감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키워가는 이면에는 이처럼 영국산(made in UK) 무기체계 수출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추구하려는 일석이조의 노림수가 자리잡고 있다.

영국이 전통적 군사 강국이고 지상, 해상, 공중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체계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국은 세계 무기판매 시장에서 16%를 차지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무기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다. 방위산업은 장기간에 걸쳐 생산과 사후 정비가 이뤄지고 고임금 숙련 노동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제조업 강화를 원하는 영국 정부 구미에도 딱 맞아떨어진다.

이와 함께 영국의 동진정책은 미국의 대중 견제와 호흡을 맞추려는 의도라는 것은 익숙한 분석이다. 퀸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은 스텔스기인 F-35B를 운용한다. 여기에 더해 2척의 군함을 아시아에 배치시킨다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영국이 기꺼이 군사적으로 부담을 나눠갖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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