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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일왕도 도쿄올림픽 "축하" 없었다…대신 '기념' 단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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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도쿄=뉴스1) 송원영 기자 = 23일 밤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불꽃놀이로 인해 연기가 자욱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회 1년 연기와 무관중 경기 등 사상 최악의 '불안한 스포츠 축제'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은 이날 개막해 8월8일까지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29개 종목 355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 이상 획득해 종합순위 10위 이내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1.7.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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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이 도쿄올림픽 개회선언에서 기존에 사용돼 온 '축하' 대신 '기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전날 밤 도쿄도 신주쿠구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 선언식에서 "나는 이곳에서 제 32회 현대 올림피아드를 기념하는 도쿄 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헌장 영문에는 이 대목에 '축하하는(celebrat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셀러브레이트'의 일본어 번역은 '이와우'(祝う·축하하다)로, 1964년 도쿄올림픽 개회선언에서 나루히토 일왕의 조부인 히로히토 당시 일왕도를 이 표현을 썼지만 '기념한다'는 다른 단어를 쓴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올림픽위원회 및 궁내청(일본 왕실 담당 관청) 측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현황을 고려, 축하라는 표현을 자제하기 위해 번역어를 조정했다고 한다. 도쿄도에 긴급사태가 재발령되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우려하는 일본 내 여론을 반영했다는 해석도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 측은 일왕이 '축하'란 표현을 고수하길 바랐다고 한다. 이날 교도통신은 스기타 가즈히로 관방부장관이 축하 표현을 유지하기 위해 니시무라 야스히코 궁내청 장관과 물밑 조율을 벌였지만, 결국 궁내청 측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교도통신은 올림픽을 통해 정권 부양을 목표로 해 온 총리 관저의 낙담이 크다고 전했다. 축하 표현을 쓰지 않는 게 이번 올림픽에 대한 일왕의 '불신'을 드러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니시무라 장관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도 나루히토 일왕이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국민 사이 불안의 목소리가 있는 가운데 개최가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일왕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배찰(윗 사람의 생각을 살펴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니시무라 장관의 발언 다음 날 스가 총리는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이 '우려'가 일왕의 우려가 아닌 니시무라 장관의 견해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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