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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지원금 기대도 안해” 재난지원금 못받은 이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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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사각지대, ‘증빙의 벽'에 부딪힌 소상공인들

조선일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한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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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간이사업자도 반기 매출 비교로 재난지원금 받고 싶어요'란 글이 올라왔다. 부산의 한 카페 사장은 “5월도 6월도 시키는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기다려 왔으나 월 9일 거의 모든 간이과세자들에게 부지급 통보가 내려졌습니다. 긴 시간 동안, 그거 받아서 밀린 월세 내보자라며 힘내려는 우리 간이과세자들에게 너무 못할 짓 하셨습니다”라고 썼다.

정부는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자영업자에 대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곧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마다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에 더 큰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증빙이 부족하거나 불합리한 선정 기준 때문에 지원금을 받지 못해 좌절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청와대 청원을 올린 카페 사장같은 간이 사업자(연 매출 8000만원 이하, 2020년까지는 4800만원 이하)나 사업의 성격상 현금 거래가 많은 자영업자, 개업 시기가 지원 조건과 잘 맞지 않는 자영업 초기 진입자 등 자영업의 ‘약한 고리'에 있는 이들 중에 지원금을 탈락한 경우가 많았다.

4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했으나 탈락했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로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을까. 2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자영업자 지원금의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소상공인들의 실정에 맞는 사려 깊은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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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자영업자의 글. 간이 사업자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 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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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하는 김성고씨 “카드 매출 제출해도 ‘불가’”

“2019년 초에 개업해 사업을 궤도에 올리려던 참에 코로나가 닥쳤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님이 너무 줄어 재난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해 1~2월에 올라간 매출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 매출이 100만원 늘어서 안된답니다. 처음엔 간이 과세 사업자라서, 제대로 된 하반기 매출 증빙이 없다고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카드 매출 증빙과 현금영수증까지 다 첨부해서 제출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안된다고 합니다. 이걸 하나씩 다 비교하기가 힘들다면서요. 그래서 지금 간이 사업자는 모두 재난지원금 탈락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소상공인 온라인 카페 가보십시오. 이런 사례, 이런 민원이 엄청 많습니다. 4차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5차 지원금 얘기하는 게 맞습니까? 소상공인 죽여가며 만든 방역을 ‘K방역’이라고 자랑하더니, 영업 제한 또 거네요. 폐업밖에 길이 없나 고민 중입니다.”

◇자동차 수리점 황모씨 “4일 먼저 개업하는 바람에”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개업했을 경우 개별 사업자가 매출 증빙을 내지 않아도 해당 업종 전체의 매출이 감소했다면 재난지원금을 줬다.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되는 ‘전년 대비 매출 감소’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왜 꼭 ’12월'이어야 했을까. 부산에서 자동차 공구 수리점을 하는 황모씨의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27일 개업했습니다. 개업이라고는 하지만 첫 며칠은 개업 후 준비를 하는 과정이어서 매출은 0원이었어요. 12월에도 30만원 정도 벌었으니까…. 지난해 문연 사람들은 2019년 대비 매출 비교가 되지 않아서 재난지원금 신청이 어려웠어요. 그러자 정부가 이를 구제하겠다며 2020년 12월 1일부터 2021년 2월 말 사이 개업한 사람들에게 부가세 신고 서류 제출 필요 없이, 일괄적으로 4차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어요. 그런데 왜 12월이에요? 저는 딱 4일이 모자라서 받지를 못했어요. 11월엔 사실상 영업을 하지 않았고 4일 동안 매출은 없어요. 이런 사정을 호소하려고 중소벤처기업부에 전화 한 100번 했습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상담사 분들이 이런 불만 다 받아내고 있는데, 솔직히 그분들 잘못인가요. 진짜 잘못은 누가 한 겁니까?”

◇자판기 관리업 신화영씨 “현금 증빙 안된다네요”

자판기 관리업을 지난해 4월 시작한 신화영씨는 현금 매출이 많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 불가 판정을 받았다. 현금이 통장에 입금된 내역만으로는 매출 증빙이 안 되고 카드 매출 증빙을 가져오라는 설명을 들었다. 자판기 매출은 대부분이 현금이다.

“기차역 등에 있는 자판기를 용역받아 관리합니다. 4월 계약하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카드 매출은 거의 없죠. 하지만 통장으로 오고간 현금의 내역은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했는데 탈락했어요. 현금 거래, 그러니까 통장 입출금 내역으론 증빙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요. 소상공인진흥공단에 연락했더니 ‘우리는 힘이 없으니 중소벤처기업부에 전화하라'고 하더군요. 3차, 4차 다 못받았어요. 이젠 이의 신청 하기도 지칩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이 봐도 알 일 아닙니까? 기차역에 있는 자판기 매출이 줄었다는 것을, 꼭 이렇게까지 증명해야 합니까? 저는 민원 제기할 때마다 뭐가 억울하냐, 방침이 이런데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도 올려 보래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카페 사장 김모씨 “6개월 단위 증빙이 없다고…”

“간이 사업자입니다. 매출이 영세하단 뜻입니다. 6개월에 한 번씩 부가세 신고를 하는 일반 사업자와 달리 간이 사업자는 1년에 한번 신고를 합니다. 그런데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반기 기준 매출 감소’라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당연히 매출은 줄었지요. 하지만 6개월 단위로 된 국세청 자료가 없다고 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매출이 줄었다고 다른 방법을 증명을 해보라고 해서 카드 매출을 제출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2019년 5월에 개업을 해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는데, 카드 결제기가 설치된 5월부터 매출 계산을 해야 한답니다. 5월 매출은 ‘0원’인데도요! ‘0원’짜리가 한달 들어가니 2019년 ‘월별 평균 매출’이 엄청나게 내려갈 수밖에요. 소상공인진흥공단에 찾아갔더니 어쩔 수 없다네요. 저는 아르바이트도 이제 못 쓰고 월세는 두 달치, 전기세는 석달치가 밀렸습니다. 피가 마릅니다.”

◇독서실 하는 김수일씨 “면세사업자만이라는 이유로 탈락”

“자영업자 민원이 들끓으니 겉으로는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소상공인진흥공단 쪽에선 일단 ‘지급 불가' 판정을 할테니 이의 신청을 하고, 그걸 보고 하나씩 검증해서 줄지를 판단하겠다고 합디다. 그래서 카드사 매출 자료 등을 다 모아서 제출했습니다. 그 매출 자료를 보면 ‘반기 기준 매출'은 당연히 줄었습니다. 그런데 검증팀에서 재난지원금을 주지를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독서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업종에 따른 면세사업자인데 매출 증명을 끊어서 주어도 ‘면세사업자는 안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학원이나 교습소도 모두 면세사업자입니다. 국가가 정한 면세사업자 제도인데, 그 이유만으로 아무리 피해를 입어도 지원은 안 된다? 이게 합리적입니까? 5차 재난지원금도 반기별 매출 감소를 본다고 하죠. 저는 또 못 받게 생겼습니다. 희망고문 당하는 기분이에요.”

◇주방용품 가게 A씨 “물건을 못 팔아서 ‘제로’인데”

“주방용품 가게를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로 장사를 할 수가 없어서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어요. 온라인으로만 팔려니깐 쉽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5월 60만원 팔고, 그다음엔 정말 매출이 없다시피 했어요. 그리고 9~10월엔 하나도 못팔아서 매출이 없어요. 그런데 매출이 없으니 증빙할 거래 내역이 없잖아요. 그래서 재난지원금은 줄 수가 없대요. 판매 실적이 없다는 온라인 쇼핑몰 자료도 제출했는데, 물건을 못 팔아서 9~10월 증빙은 없다고 설명했는데 안 된대요. 매출이 적다 보니 간이 사업자인데요, 그래도 세금 신고도 다 하고 성실하게 장사를 했어요. 이제 포기하게 됩니다. 6개월 넘게 신청하고 탈락하고 이의신청 했다가 다시 탈락하고… 5차 재난지원금은 지원서 낼 생각이 안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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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피해 소상공인 대상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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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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