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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알고보면 이재명과 이낙연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레이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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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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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공방이 과열 이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달 초 예비경선 당시 주로 이 지사의 정책을 놓고 대립하던 수준에서 이제는 상대의 과거 흔적을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 특히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행보를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1. 이낙연 대세론 속 이재명 기사회생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하자 이낙연 당시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8·29 당권 도전에 뜻을 밝히며 대세론을 구가했다.

그동안 이 지사는 '기본소득' 논쟁을 주도하며 여권 인사들과 설전을 펼쳤다. 이 지사는 지난해 6월 "경기 불황이 구조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공급 균형을 회복시켜 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정책"이라며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지사 지지율은 지난해 대법원 '무죄' 판결을 계기로 급등했다. 2020년 7월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며 대선 가도에 탄력을 받았다.

기사회생에 성공한 이 지사는 대권 행보에 나서며 '4·7 재보선 민주당 무공천'을 주장했다. 이에 당시 당 대표 후보였던 이 전 대표는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연말쯤 될 테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먼저 끄집어내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 일인가"라고 했다.


2. ‘사면 악재' 이낙연, '1강' 형성 이재명

8·29 전당대회 이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해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던 이 지사는 여권과 정부에 포위돼 집중 공격을 받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친문계 의원들도 "기계적 균등은 공정도 정의도 아니다"라며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초 이 전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으로 역풍을 맞자 이 지사 ‘1강' 체제가 형성됐다. 이 지사는 '경기도 2차 재난지원금'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으며 정세균 전 총리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방역이 우선이고, 차등 지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은 "지자체의 자율권을 존중하지만, 방역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달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3. 경선 연기론 갈등

지난 6월 '경선 연기론'이 제기됐다. 야당보다 일찍 대선 후보를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과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든 후 진행하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문(非文)인 이 지사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경선 연기론에 대해선 이낙연·정세균·최문순·김두관·이광재·양승조 후보가 '찬성' 입장을, 이재명·박용진·추미애 후보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측 의원 60여 명이 경선 일정을 확정하는 의총을 요구하며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결국 연기론은 사그라들었다.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TV토론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집중 공격이 이어졌다. 지난 3일 토론에서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처음에는 100만원을 얘기했다가 재원 대책이 없다고 하니 50만원으로 줄였다가 최근에는 재원 대책이 없기 때문에 1번 공약이 아니다는 말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좋은 지적이지만 저는 아직 한 개도 공약한 게 없다"고 반박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바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50조원 증세 없이 (기본소득을) 나눠줄 수 있다고 야당 정치인과 논쟁했던 분이 제1 공약이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말을 바꾸고 정책적 신뢰를 얻지 못하면 표리부동한 정치인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저는 근본적으로는 기본소득을 꾸준히 항구적으로 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은 단견이라고 본다"며 이 지사를 옹호했다.


4. 약점 공격, 급기야 盧탄핵 소환·형수 욕설 재등장

이 지사는 여야의 잇따른 공세에 최근 '반격 모드'로 전환했다. 그는 지난 17일 이 전 대표 '군필원팀' 포스터에 격분하며 자신의 굽어진 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소년공 시절,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은 탓에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바 있다. 또한 이 전 대표가 언론인 시절 쓴 기사를 겨냥해 "5·18 학살을 옹호하던 사람, 박정희를 찬양하던 분"이라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 캠프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이재명 SNS 봉사팀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낙연 후보에 대한 온갖 네거티브 공세를 조직적으로 벌여왔다"며 "이 방에서 이낙연 후보를 기레기, 친일로 규정한 게시물들을 대응 자료라며 이를 무기 삼아 '총공격해 달라'고 선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고위공직자의 네거티브 작전방 운영에 본인의 관련 여부를 밝히고, 민주당의 책임 있는 후보로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에 이 지사는 옵티머스 의혹과 이 전 대표와의 연관성도 검증해야 한다며 반격했다. 이 지사는 20일 라디오방송에서 "주어진 권한을 가지고 주변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그 관계를 이용해 혜택을 보던 사람이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것을 검증하는 것이 진짜 검증"이라며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도 거론됐다. 이 지사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21일 라디오방송에서 "이낙연 후보가 2004년에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분명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이에 오 대변인은 "이낙연 후보는 노무현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최소한 팩트 체크 없이 발언한 것은 이재명 캠프가 민주당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상황 진압에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네거티브 통제 기준을 정하고, 후보자들이 신사협정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 선관위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전 대표의 노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여부, 이 지사의 과거 ‘형수 욕설'을 둘러싼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이은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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