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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부동산백서]아파트 나이 스물셋…재건축 기다릴까, 리모델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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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고 짓는' 재건축, 수익성 높지만 규제 강화로 깜깜이

뼈대 남기는 리모델링, 규제 적어 '관심'…내력벽·수직증축은 과제

[편집자주]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 관련 약어들도 상당하고요. 부동산 정책도 사안마다 다르고요. 부동산 현장 기자가 부동산 관련 기본 상식과 알찬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연재한 코너입니다.

뉴스1

리모델링 사업 진행한 강남의 한 아파트. 2016.8.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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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스물셋. 사람 나이로는 한창때지만 아파트 나이론 조금 애매하죠. 슬슬 손볼 곳이 생기고, 옆 동네에 생기는 새 아파트랑 비교하면 구축이라 볼품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슬슬 그런 생각이 들죠. '아, 새집에 살고 싶다.'

이번에 이야기해볼 것은 그 '새집'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겁니다.

그냥 헌 집 허물고 지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알아보니 그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요. 새로 지으려면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아시죠? 요즘 재건축 규제 심하다고 말이 많은 거. 그래서 대안으로 리모델링(새단장) 얘기가 나옵니다. 두 개를 비교도 많이 하고요.

우선 재건축은 아파트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겁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뼈대는 남기고, 면적을 늘리거나 층수를 올려서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고요. 이왕 지을 거면 완전히 허무는 게 편하겠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재건축은 준공 이후 30년이 넘어야 합니다. 서두에 예로 들었던 '스물셋' 아파트는 7년을 더 기다려야 나이를 겨우 맞추죠. 거기다 집을 새로 지으려면 노후, 불량 정도를 살피는 '안전진단'이 첫 관문인데, 재건축은 A~E등급 중 최하 수준인 D나 E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안전진단 이슈가 좀 큽니다. 2018년부터 붕괴 위험 같은 '구조 안전성'을 중요하게 보기로 하면서 낮은 등급 받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는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단지들도 2018년 이후로는 재건축 사업 '입구 컷'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업 시도조차 어려워진 상황이죠.

그렇다 보니 규제가 좀 덜한 방법을 찾게 됩니다. 리모델링은 연한 기준이 재건축 절반인 15년입니다. 안전진단에서도 유지·보수 등급(A~C) 중 B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고요. 재건축에 적용되는 초과이익환수제도 피할 수 있는 것도 솔깃한 지점이죠.

그래서 15년을 채운 단지들 위주로 재건축을 기다리느니 일찌감치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단지는 5만3890가구로 2019년 말 기준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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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공사 현장. 2016.8.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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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모델링이 무조건 정답일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해 비교적 빠르게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리모델링에는 사업성이라는 과제가 남아있거든요. 리모델링은 일반 재건축보다 공사 난이도는 높은데 일반 분양분을 많이 낼 수 없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리모델링은 동을 더 짓는 별동 증축, 면적을 늘리는 수평증축,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이 있는데요. 수직증축을 하면 최대 3층까지 늘릴 수 있어 분양 수익을 낼 수 있고, 수익성도 개선됩니다. 하지만 추가로 받아야 하는 안전성 검토가 까다로워 이때까지 적용 사례가 단 한 건뿐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규제를 부분 완화하긴 했습니다. 신기술·신공법 검증이 용이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건데요. 앞으로 2차 안전성 검토가 더 원활해져 리모델링 업계가 수직증축 기술로 제안해왔던 '선재하 공법'이 사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다만 수직증축과 함께 또 다른 과제로 꼽히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완화는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내력벽을 철거하면 좌우 확장을 통해 2~3베이 아파트를 신축 아파트처럼 3~4베이로 바꿀 수 있어 상품성을 높일 수 있지만, 아직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동굴형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해 늘어나는 도심 속 나이 든 아파트. 새집을 어떻게 지을지는 깊게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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