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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北에서는 한국영화 시청이 마약보다 더 중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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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통일연구원, 탈북민 50명 심층조사 토대로 '북한인권백서' 발간
중국 노래·드라마보다 한국 드라마 시청을 더 강하게 단속, 무마 뇌물도 더 고액
2019년부터 꽃제비 증가, 초상화·미신행위 단속도 이 때부터 더 강화
공개처형 빈도 감소·구류시설 내 인권 유린 상황 감시 등 일부 인권 개선
통일연구원 평가 "외부세계의 관심이 北인권개선 효과로 나타나 고무적"
노컷뉴스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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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북한에서 한국영화를 보는 것이 마약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는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나왔다. 같은 녹화물이라고 해도 중국보다 한국 녹화물 시청 및 유포 행위가 더 엄중하게 다뤄진다고 한다.

대북제재 속에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북한의 어린아이들)가 다시 늘기 시작했고, 공개처형은 지속되고는 있으나 이전보다 빈도가 줄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통일연구원은 23일 최근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50명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를 토대로 작성·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1'을 공개했다.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콘텐츠를 '비사회주의 퇴폐적 문화'로 규정하고 검열과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영화 시청이 '빙두'(북한 마약)보다 더 강한 처벌

탈북민 면담 조사에서는 "한국 영화를 보는 것이 빙두(북한 마약)을 하다 단속된 것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는데, 교화형·강제추방형을 받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된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중국 노래나 녹화물은 노동단련대형을, 한국드라마는 교화형을 받는다는 증언이 다수 있었고, 단속에 걸려 잡혀 들어가면 심문을 통해 반드시 유포자에 대한 자백을 받는다"고 했다.

남측 콘텐츠에 대한 엄중한 단속으로 이를 무마하는 뇌물 액수도 더 컸다. 휴대전화의 이색적인 노래는 100달러를 내고 무마했지만, 한국 녹화물이나 음악이 발각되는 경우 노동교화소에 가게 되므로 뇌물의 액수가 편당 2천 달러 또는 1만 위안 정도로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제전화하면 정치범 되는 북한

휴대전화를 소지한 학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학교에서는 매일 학생들의 전화에 불순 녹화물, 남한 노래 등이 있는지 검사를 받는다. 한국 노래나 드라마, 게임, 문자 메시지의 남한 말투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이나 각종 콘텐츠, 중국과의 통화도 단속 대상이다.

국제전화가 되는 전화가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전화사용으로 정치범이 된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같은 한국산 콘텐츠에 대한 북한 당국의 엄중 단속이 올 들어 한국 영상물을 유포하면 최대 사형, 시청 시 최대 15년 징역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반동문화배격법 제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2015년을 전후해 꽃제비 수용시설이 신축되면서 꽃제비가 감소했으나, 남포시는 대북제재로 인해 2019년부터 꽃제비가 다시 증가했고, 청진에서도 이 해에 역전과 골목을 중심으로 꽃제비가 많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9년부터는 가정집과 거리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단속이 심해졌고, 미신행위 단속도 이때부터 더욱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민반, 생활총화 등을 통한 주민감시도 김정은 집권 이후 강화됐는데, 특히 행방불명자·탈북자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는 주민·해외 파견자에 대한 감시와 도청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에서 여자 일 도와주는 北 남자는 '똑똑하지 않은 사람'의 다른 표현

북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크게 늘고 있으나 여성의 입지는 여전히 높지 않다는 증언도 다수 수집됐다. "남자가 집에서 여자 일까지 도와준다"는 것은 똑똑하지 않은 사람을 달리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또 여성 출산은 병원에서 할 경우 돈이 좀 들기 때문에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도 보고됐다.

다만 과거보다 일부 개선된 인권 상황도 파악됐다. 북한인권백서는 "여전히 정치 사상적 죄목과 미신행위 등에 대한 공개처형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전보다 공개처형 빈도가 줄어들고 주민동원도 줄었다는 증언이 수집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명령으로 공개총살 없어졌다는 증언도 나와

추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탈북민 중에는 "김정은의 명령으로 2013년 이후 전국적으로 공개 총살이 없어졌다"고 증언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교화소 등 구금시설 내 구타와 가혹행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동시에 북한 당국이 구류시설 내 인권유린 상황을 감시한다는 증언도 있었다.

통일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탈북민 입국자 수가 급격히 줄어, 심층면접 결과만 가지고 북한의 인권 실상을 객관화하기는 어렵지만, 외부 세계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실질적인 인권 개선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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