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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하늘과 바람, 관객이 허락한 '물안개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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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앤칩스의 설치작품 '헤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전시, 9월 24일까지

노컷뉴스

김치앤칩스의 설치작품 '헤일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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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앤칩스의 설치작품 '헤일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와!!! 드디어 나왔다!"

서울 사간동 국립현대미술관 앞마당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시원한 물안개 사이에서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태양이 떠오른다. 물안개와 99개 거울에서 반사된 태양빛으로 만들어낸 인공 헤일로(Halo)다.


비가 오거나 흐리면 볼 수 없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 태양빛의 강도에 따라 서로 각기 다른 모양의 헤일로가 나타난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홍모씨는 "어떤 날은 볼 수 있고 아예 볼 수 없는 날도 있다"며 "태양의 모양도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전했다.

시각예술을 전공한 손미미와 물리학을 전공한 영국인 엘리엇 우즈가 2009년 결성한 '김치앤칩스'의 설치작품 '헤일로'가 만들어낸 광경이다. 김치앤칩스는 '라이트 배리어 세 번째 에디션(Light Barrier Third Edition)'으로 2017년 세계 최고 권위의 미디어아트 공모전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특별상을, 2014년 미디어 건축 비엔날레에서 미디어아트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기술과 예측불가능한 자연의 조화를 표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치앤칩스의 '헤일로'와 신작 '응시'가 전시중이다. 미술관이 2017년부터 매년 진행 중인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 '다원예술'의 일환이다.

'헤일로'는 구름이 태양이나 달의 표면을 가릴 때, 태양이나 달의 둘레에 생기는 불그스름한 빛의 둥근 테로, 대기 가운데 떠 있는 물방울에 의한 빛의 굴절이나 반사 때문에 생긴다. 이 작품은 로보틱 거울이 빛을 반사해 인공적으로 헤일로를 만든 것이다.

수학적 원리를 활용한 99개의 거울장치와 햇빛, 바람, 물과 같은 자연적 요소를 이용해 물안개로 공중에 둥근 태양을 그리는 작품이다. 계절과 시간 값에 따른 태양의 고도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99개 거울의 각도가 조금씩 바뀐다. 로보틱 기술, 수학, 천문학 등 다양한 학문이 하나로 만나 예술작품으로 구현돼 기술과 예측불가능한 자연의 조화를 표현했다.

지난달 11일부터 설치된 이 작품은 이미 서울 도심 속 'SNS 명소'가 됐다. 카메라를 들고 태양이 뜨는 순간을 포착해 올린 사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김치앤칩스는 "물안개가 어디로 가고 태양이 언제 뜰지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이 허락해주고 관람객이 기다려줘야만 원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비가 와도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지 헤일로는 그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관 내부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응시'도 마찬가지로 거울을 이용한 설치작품이다. 기계장치가 부착된 마주 세운 두 개의 거울 사이 놓여있는 의자에 앉으면 거울 속에서 시시각각 바뀌며 무한히 반복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김치앤칩스는 "두 거울 사이에서 생성되는, 거울에 비치는 나의 이미지를 통해 거울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어버리는 찰나의 순간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사된 이미지로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느낌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대형 유리를 연마해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 특수 거울을 직접 제작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9월 24일까지.

노컷뉴스

자신들의 작품 '헤일로' 앞에 선 김치앤칩스(왼쪽부터 엘리엇 우즈와 손미미), 사진=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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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작품 '헤일로' 앞에 선 김치앤칩스(왼쪽부터 엘리엇 우즈와 손미미), 사진=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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