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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출 3만원 차이로 재난지원금 못받았다”... 소상공인 지원금 기준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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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9)씨는 정부의 소상공인 4차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받지 못했다. 2019년보다 2020년 매출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씨의 2019년 매출은 3810만원, 2020년 매출은 3813만원이었다. 3만원 차이다. 김씨가 2019년 가게 인테리어와 결혼 등을 이유로 2달 넘게 가게 문을 닫았던 탓에,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도 매출은 늘었다.

김씨는 간이사업자여서 매출이 1년 단위로 잡히는 탓에 반기 매출이 줄었다는 증명도 할 수 없었다. 가게 문을 닫은 증빙 자료를 더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지난 14일 다시 ‘부지급’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TV 보면서 ‘골목상권 살리겠다’, ‘소상공인들 돕겠다'는 말은 참 많이 들었는데, 정작 현실은 기준에 조금만 벗어나면 탈락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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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중고 주방기구와 가구들이 거래되는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의 한 매장 앞에서 작업자들이 폐업 등으로 들어온 주방기구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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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장님들이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더 넓게,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사각지대에 속했기 때문이다. 24일 네이버 소상공인 카페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3월부터 자료를 제출하고, 이의신청을 진행하고 끝내 지원금 부지급 결정까지 받으면서 정부가 4개월 동안 ‘희망고문’을 했다는 취지였다.

버팀목자금 플러스는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 매출이 감소한 일반 업종 등에 지급된다. 이 가운데 영업제한 업종과 매출감소 업종은 매출이 전년 또는 전 반기보다 줄어든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가장 큰 불만은 반기 단위 매출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였다. 정부는 연단위로만 매출을 비교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상공인이 많다는 의견을 반영해, 4차 재난지원금부터 2019년 상·하반기, 2020년 상·하반기, 2021년 상반기까지 반기 매출이 전보다 줄어든 경우도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반사업자와 달리 간이·면세사업자 등은 연단위 매출만 잡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였다.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코로나 이후에도 매출이 오른 것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인천 서구에서 이른바 ‘적수(赤水) 사태’로 사실상 휴업 상태였던 일부 지역 상인은 기저효과로 2020년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식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55)씨도 마찬가지다. 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매출은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잡혔다

신씨는 “홀 영업하지 말라고 정부에서 지침 내리면 매출이 전달보다 80% 줄어드는 상황도 겪었다”며 “그런데도 지난 반기보다 매출이 조금이라도 늘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더 많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말이 오히려 화만 돋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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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점심시간을 앞두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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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은 다른 정책자금에서도 소외됐다. 서울시가 집합금지업종에 최대 150만원, 영업제한 업종에 60만원을 주는 ‘서울경제 활력자금’의 지급 대상은 4차 재난지원금 수령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1000만원을 연 1.5% 이율로 대출해주는 사업도 4차 재난지원금 지급자를 기준으로 한다.

이날 새벽 2차 추가경정예산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소상공인 5차 재난지원금 ‘희망회복자금’도 포함됐다. 방역 수준(집합금지·영업제한·경영위기업종)과 연 매출 규모 등에 따라 최대 2000만원을 다음달 중순부터 차례대로 지급할 계획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집합제한, 영업제한 업종에 손실보상도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벌써 여러 기준을 들어 못 받는 것 아니냐고 소상공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조한 곳은 모두 지원금을 주는게 맞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64)씨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쉽게들 말하면서 정작 방역지침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겐 왜 자꾸 기준을 두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하루하루 생업에 부딪히는 절박한 마음을 좀더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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