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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혹시 나도 C형간염?... “늦기 전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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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은선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은선 교수

# 64세 남성 A씨는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검진에서 간수치가 약간 높게 나왔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고 평소 과음도 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들의 권유로 최근 생애 첫 종합검진을 받은 A씨는 예상치도 못한 결과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간암이 의심되는 혹이 발견된 것이다. 원인은 C형간염이었다.

# 48세 여성 B씨는 얼마 전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시행한 혈액검사를 통해 C형간염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간수치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B씨는 즉시 치료제를 처방받아 8주간 복용했고, 다행히 지금은 완치됐다.

일반적으로 간염에 걸려 간 상태가 좋지 않으면 평소보다 더 피곤하고 음주 후 숙취가 오래가는 등 어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성 C형간염 환자의 70~80%는 이렇다 할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한 혈액 항체검사로 C형간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다 먹는 치료약으로 거의 완치가 가능한데도, 간염에 걸렸는지조차 모르고 지내다 간경화나 간암이 돼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무증상 탓에 간경화·간암까지 진행 잦아


C형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의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 국내 간암 환자 중 B형간염 다음으로 많습니다.

C형간염에 걸리면 절반 이상이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서서히 간경변증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처음 간염에 걸렸을 때나 만성 간염이 돼서도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C형간염 환자들은 자신이 C형간염인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간 질환이 심각해져 이미 치료가 어려운 상태가 돼서야 병원을 찾게 됩니다.

오염된 주사기, 침, 문신도구 등에 의해 감염


C형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됩니다. 혈액이라고 하면 보통 수혈만을 떠올리는데, 현재 국내에서 수혈하는 모든 혈액에 대해서는 정밀한 C형간염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혈을 통한 감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주로 전염되는 경로는 주사기나 침, 면도칼과 같은 미용도구, 문신도구 등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 완전히 소독되지 않은 바늘에 묻어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도구를 사용할 때 옮겨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성적인 접촉을 통한 감염, 마약주사 및 무면허 문신·피어싱 시술 등을 통한 감염이 특히 위험합니다.
한국일보

40대 이상은 건강검진 때 최소 1회 이상 C형간염 검사를 추가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만 하면 먹는 약으로 완치


C형간염은 증상이 거의 없는데다 일반 검진에서 시행하는 간수치 검사를 해도 정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C형간염은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C형간염 항체가 양성으로 나타나면 C형간염 바이러스 자체가 검출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고,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C형간염으로 진단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형간염은 주사 치료제뿐이었고, 6개월에서 1년간 매주 주사를 맞으며 치료해도 50~70%만 완치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당히 효과적인 경구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돼 8~12주간 약을 복용하면 완치율이 95~99%로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C형간염이 완치되면 간경화도 점점 좋아지게 되고, 간암 발생 위험 또한 무려 10분의 1 정도로 감소하게 됩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많은 환자가 이미 간경화나 간암에 이르러서야 C형간염을 진단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간 질환이 심해진 상태에서는 C형간염 치료제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고, 또 치료한다 해도 완치 성공률이 떨어지는데다 고가의 치료제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없어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형간염 검사는 반드시 받아야


C형간염은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만 받으면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학계의 노력으로 국내 C형간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정책 및 제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국가검진에 C형간염 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병률이 높은 40대 이상에서는 건강검진을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C형간염 항체검사’를 개별적으로 요청해 최소 1회 이상은 C형간염 검사를 받아볼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간염은 바이러스에 따라 A, B, C, D ,E, G형까지 6종류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A, B, C형 간염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합니다.

A형과 B형은 백신이 있어 예방접종으로 사전에 막을 수 있지만 C형은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C형간염은 증상도 없는데다 만성으로의 진행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만큼, 평소 건강하다고, 간수치가 정상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항체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완치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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