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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풍력발전은 환경파괴·생태교란? 꼭 그런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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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14년째 횡성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가보니

멸종위기종까지 능선부 관리 도로로 이동 활발

단지 주변 생태자연 1등급지 7년만에 40%→70%

“탄소중립 위한 환경훼손 놓고 ‘그린 빅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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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 풍력발전단지 안 관리 도로가 도로 안까지 치고 들어온 수풀로 덮여 마치 숲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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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뻗어온 나뭇가지들이 도로를 지나가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양 쪽을 연이어 때렸다. 해발 1261m 태기산 능선을 따라 늘어선 20개의 풍력발전 타워를 잇는 도로는 초입과 급경사지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포장이 안 된 산길이었다. 거대한 터빈과 회전 날개를 운반하기 위해 6m 폭으로 냈던 도로가 공사 뒤 식물이 치고 들어오면서 폭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도로 안까지 숲에서 날아온 씨앗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도 많았다.

20일 찾아간 설비용량 40메가와트(㎿)의 강원도 횡성 태기산풍력단지는 2008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같은 급 이상 대규모 풍력 발전단지로는 국내에서 인근 평창 강원풍력단지(98㎿)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곳이다. 태기산풍력단지 발전 타워 주변과 도로는 운영업체가 보내준 공사 당시 사진과 비교해 보면 같은 곳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풍력발전사업은 산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자연훼손 사업으로 꼽혀 논란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생산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관광·레저 등을 목적으로 한 다른 개발사업과 다르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아직 미약하다.

실제 거대한 풍력발전 타워, 공사와 운영을 위한 연결 도로는 환경을 훼손하고 생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운영 14년째 접어든 태기산풍력단지는 그런 부작용이 우려하는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증해 준다. 자연의 회복력에 그것을 해치지 않으려 조심하는 인간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200여m씩 거리를 두고 솟아 있는 높이 80m의 발전 타워 가운데는 마치 버려진 시설같은 느낌을 주는 것들도 많았다. 대부분의 타워는 무성한 수풀에 둘러싸여 있었다. 작업자들이 타워 안에 드나들 때 이용하는 철제 계단 밑에까지 나무가 뿌리를 내려 계단 위로 가지를 뻗고 있는 곳도 여러 곳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박찬주 태기산풍력발전 부사장은 “작업자가 오르내릴 때 좀 불편할 수 있지만 안전에 지장이 없는 한 손 대지 않고 자라게 둔다. 아침에 현장을 돌다가 도로를 지나가는 고라니와 오소리 같은 동물들과도 자주 마주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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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 풍력발전단지 발전 타워가 수풀에 둘러싸여 마치 방치된 시설과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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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건설 당시 발전 타워 주변 관리 도로의 모습. 태기산풍력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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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국립생태원이 관리하는 생태정보은행인 에코뱅크를 보면,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주변에서는 멧토끼·고라니·멧돼지·너구리·안주애기박쥐 등 포유류, 애기얼룩가지나방·지리산말매미충·고동털개미 등 곤충류가 발견된다. 특히 환경부 전국자연환경조사 과정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종인 멋조롱박딱정벌레도 확인됐고, 같은 등급 보호종인 삵이 발전 타워를 잇는 도로로 이동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박 부사장의 경험담과 환경부의 환경 조사 결과는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건설과 운영이 주변 야생생물들의 서식과 이동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간접 증거인 셈이다.

풍력발전단지를 에워싸고 있는 숲은 일부 잣나무와 일본잎갈나무 조림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갈나무와 같은 ‘천이(식물 군락 변화 과정) 후기종’이 우점하는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 안 쪽을 돌아본 국립생태원 환경영향평가팀 이선미 전임연구원은 “신갈나무와 고로쇠 아래 곤달비, 단풍취, 참나물 등이 나타나는 하층 식생은 오랫동안 교란 받지 않고 안정된 숲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개발사업 초기에는 개발지와 숲 사이에 가장자리 식생이 없어 영향을 받았겠지만 지금은 가장자리 식생이 잘 정착돼 숲 내부를 보호해, 15m 정도만 들어가도 안정된 상태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풍력발전단지 주변의 생태자연도는 이런 변화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환경부가 2017년 고시한 생태자연도를 보면, 발전 타워와 도로 반경 500m 지역에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은 약 40%다. 풍력발전단지 가동 이듬해인 2009년 시행된 환경부의 제3차 전국자연환경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환경부가 그로부터 7년 뒤인 2016년에 한 제4차 전국자연환경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해 올해 고시한 생태자연도에서는 같은 지역의 1등급 비율이 70%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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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연환경조사를 기초로 작성된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일대 생태자연도. 발전 타워와 관리도로 반경 500m 지역의 약 40%가 짙은 녹색으로 표시된 1등급 지역이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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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자연환경조사 결과를 반영한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일대 생태자연도. 7년 만에 1등급 지역이 70% 정도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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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의 생태자연도 등급은 특별한 교란 행위가 가해지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향상된다. 그렇다고 해도 7년 만에 이 정도까지 등급이 향상된 것은 이례적이다. 자연적인 향상 효과 외에 앞선 생태자연도의 등급 평가가 다소 부정확했을 가능성도 의심할 만하다. 환경부쪽 전문가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국립생태원 환경영향평가팀 우승현 전임연구원은 “보편적으로 10년 내외의 기간에 넓은 면적의 식생보전등급이 높아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4차 전국자연환경조사에서 이전 조사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 결과를 바탕으로 등급 산정이 이루어지면서 등급이 상향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을 감안해도 두 장의 생태자연도가 시사하는 중요한 사실 하나는 달라지지 않는다. 산지 풍력발전단지 건설과 운영이 반드시 심각한 환경·생태 교란을 초래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한창 환경부 풍력환경평가전담팀장은 “능선부에 위치한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일대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활발한 동물 이동이 추가적인 연구용역을 통해서도 확인된다면 풍력 발전에 의한 생태축 단절 문제가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럴 경우 지금까지 풍력발전이 들어가지 못했던 능선부에 대해서도 충분한 저감방안을 전제로 긍정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풍력 발전이 태양광 발전과 함께 지구가 기후위기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대놓고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원자력 발전 확대를 주장하는 원자력계조차 원자력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모두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국제에너지지구(IEA)는 지난 5월 발표한 ‘넷 제로 2050년’ 보고서에서 세계가 기후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하는 전력의 비중이 거의 70%까지 올라가야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얼마 전 탄소중립위원회에 검토안으로 제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서 2050년 발전량의 59.5~61.9%인 769.3테라와트시(TWh)가 재생에너지로 충당돼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선 480기가와트(GW)의 태양광 설비와 41GW의 풍력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 훼손 논란과 주민 반대 등을 극복하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는 24.6GW, 풍력 발전 설비는 2.1GW에 불과하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30년 안에 두 가지 설비를 모두 20배씩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국에서 바람의 질이 좋은 산지에 손을 대지 않고 이런 수준으로 풍력 설비를 확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최근 적극 지원하려는 해상 풍력발전은 육상 풍력 대비 2배 가량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한계가 크다. 어업권 피해를 내세우는 어민들의 반발도 이미 육상 풍력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못지 않다.

이날 태기산풍력발전단지를 함께 돌아본 양이원영 의원(무소속)은 “태기산풍력발전단지의 경우 사업허가에서 가동까지 2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요즘엔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지연과 보상을 둘러싼 인근 주민과의 갈등 등으로 이 기간이 평균 7년 이상 늘어지고 있다”며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인공나무’인 풍력발전 설비 확충이 지연되면 이산화탄소 외에 대기오염 물질까지 배출하는 석탄발전소, 핵폐기물이 나오는 원전을 더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국민이 치러야 할 비용이 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탄소 중립 도달에 필수적인 풍력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환경 훼손을 용인할 지를 두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전문위원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풍력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면 바람이 좋은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백두대간 보존, 생태계 보호 등으로 원천 봉쇄되거나 개발 중에 민원으로 제동이 걸린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므로 풍력발전을 놓고 국민들이 ‘그린 빅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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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 쪽에서 본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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