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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공격에 난민 되고, 코로나로 모친도 잃어… 아프간 출신 태권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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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팀' 소속으로 68㎏급 남자 태권도 참가
아프간 남은 어머니는 지난해 코로나로 숨져
"나만의 꿈이었던 올림픽, 이젠 엄마 위해 노력"
한국일보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태권도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는 모습. 리우데자네이루=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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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10대 시절 지역 갱단의 공격을 받았다. 엄마의 곁을 떠나 홀로 난민이 되어 타국으로 향했다. 수년간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해 '금빛 발차기'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는 여전하다. 도쿄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태권도 선수 압둘라 세디키(24)의 얘기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이번 올림픽에 난민팀(EOR) 자격으로 태권도 남자 68㎏급에 나서는 압둘라의 사연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했다. 아프간 난민 출신인 그는 "도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그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압둘라가 태권도에 입문한 건 일곱 살 때였다. 소질이 있었는지, 여러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유망한 태권도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주로 성공한 사람들을 공격하던 지역 갱단의 목표물이 됐다. 압둘라도 예외 없이 17세 때쯤 타깃이 됐고 반복되는 갱단 습격으로 한때 운동을 포기해 버렸다. 그러나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홀로 고양을 떠나 망명을 결심했다. 하루 15~16시간씩 총 4개월을 걸었고, 결국 벨기에 땅을 밟았다. 난민센터 생활 등을 거쳐 2017년 벨기에 정착에 성공했다. 그의 나이 20세 때였다.

끝난 줄 알았던 압둘라의 역경은 1년 전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아프간에 남은 어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것이다. 망명 후 단 한 번도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 모친의 비보를 듣자 충격에 빠졌다. 압둘라는 "지난 1년간 (정신적으로)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 태권도팀 소속으로 훈련을 지속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태권도연맹(WT)의 난민 선수 장학 프로그램으로 운동에 더욱 집중했고, 그동안 국제대회를 수차례 제패했던 압둘라는 마침내 난민팀 대표 자격으로 도쿄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힘들어도 계속 나아가야만 했어요."

압둘라의 포부는 '어머니의 소원 실현'이다. BBC에 그는 모친이 늘 자신의 훈련과 대회에 큰 관심을 보였다면서 "과거엔 올림픽이 나만의 꿈이었다면, 이젠 어머니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한국 대표팀 간판스타 이대훈(대전시청)과 첫 경기를 펼칠 예정인 압둘라는 태권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깨끗하고 순수하며 섬세한 운동입니다. 모든 스피드와 힘은 각자의 내면에 숨겨져 있어요."

이에스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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