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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文대통령, 정연주 방심위원장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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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야당몫 뺀채 7명 위촉, 野 “대선 위한 언론장악 포석”

野 “방심위 아닌 방탄위… 정권비판 방송에 재갈 물릴 것”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으로 위촉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추천하는 방심위원들은 정 전 사장을 방심위원장으로 호선하고 문 대통령은 그의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친여(親與) 인사를 앞세워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조선일보

방송통신심의위원 명단


문 대통령은 이날 정 전 사장과 함께 옥시찬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이사 등 3명을 방심위 위원으로 추천하고, 이들과 함께 국회의장·여당이 추천한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이광복 전 연합뉴스 논설주간,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황성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변호사 등 총 7명을 위촉했다. 방심위 위원은 9명 가운데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와 협의해 3명,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3명(여당 1명, 야당 2명)을 각각 추천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 전 사장의 추천에 반대하며 지난 1월 말 이후 약 6개월간 야당 몫 2명에 대한 추천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여권 추천 위원을 전격 위촉하며 ‘반쪽 방심위’ 출범을 강행했다. 이번 방심위 위원 임기는 2024년 7월 22일까지 3년이다.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친여 성향을 보인 정 전 사장을 위원에 앉힌 뒤 호선으로 방심위원장에 내리꽂겠다는 것”이라며 “정권에 유리한 편향 방송은 봐주고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은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방정(어차피 방심위원장은 정연주)’이란 말이 결코 헛소문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심위가 아니라 ‘방탄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언론의 공정성을 무시한 것으로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의 진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은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는 오로지 대선 승리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정치적으로 중립성이 보장된 인사가 가야 할 자리에 가장 정치적인 인사를 내정함으로써 언론과 선거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과 민언련 출신인 김 전 이사, 정 변호사는 정치적 편향성 문제로 방심위 위원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사실상 방심위원장에 내정된 정 전 사장은 그동안 노골적인 친여 성향을 드러내 논란이 됐다. 그는 2002년 한겨레 신문 논설주간으로 근무했으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칼럼을 여럿 썼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 2003년 KBS 사장에 임명됐다. 당시에도 친노(親盧) 성향인 그가 공영방송 수장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야당은 물론 학계에서도 제기됐다. 실제로 ‘정연주 KBS’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14시간 생방송으로 탄핵에 반대하는 내용을 방송해 논란이 일었다.

정 전 사장의 도덕성 면에서도 방심위원으로 부적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한겨레 논설주간으로 있으면서 “현역 3년 꼬박 때우면 빽 없는 어둠의 자식들, 면제자는 신의 아들” 이라는 글을 쓰면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 후보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은 사기꾼 김대업이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게다가 그가 KBS 사장에 임명된 뒤 자신의 두 아들은 미국 국적자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의 차남은 대한민국 국적까지 포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이날 위촉한 김 전 이사, 정 변호사의 친여 성향도 논란이다. 이들이 핵심 멤버로 활동한 단체인 민언련은 그간 야권에서 사실상 “언론 단체를 가장한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민언련은 자신들이 언론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언론 감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언련의 비판 대상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국한됐고,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들이 언론 관련 요직에 기용되면서 정치 편향성을 자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방심위원으로 추천한 김 전 이사도 민언련 사무처장을 지냈다. 한겨레 기자 출신 정 변호사 역시 민언련 정책위원이이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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