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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세금을 ‘징벌’로 여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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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면 고빈도 매매 등을 통한 시장 왜곡에 대응할 수단이 사라질 우려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국내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를 도입하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하면서, 증권거래세를 남겨둬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증권거래세가 없으면 컴퓨터를 통해 빠른 속도로 거래를 반복하면서 차익을 노리는 고빈도 매매 때문에 증시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가 없으면 단기 투자가 확대될 우려가 있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금융투자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동시에 걷는 것이 ‘이중 과세’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었다.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팔 때마다 거래 대금의 일정 비율(올해는 0.23%)을 증권거래세로 낸다. 일부 투자자의 고빈도 매매를 막기 위해 필요한 증권거래세인데 소액 투자를 하는 ‘개미’들도 이 세금을 낸다. 얼핏 생각하면 ‘안정적인 주식거래를 유지해주는 행정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국내 주식을 사고팔 때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거래 대금의 0.0036396%를 수수료로 낸다. 코스피 시장 주식거래에는 농어촌특별세도 부과된다. 과거와 달리 주식 투자가 일부 부유층이 아닌 국민들의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이 된 상황에서 농특세 부과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글로벌 대표 증시인 미국에선 왜 증권거래세 세율이 0.0022%로 극히 낮은지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우리는 왜 세금을 내나. 거창한 조세 이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행정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세금을 낸다고 이해한다. 정부가 국방·치안 등을 책임지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니, 국민은 행정 서비스의 이용료로서 세금을 낸다. 부의 재분배라는 관점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래서 소득세를 낼 때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올해부터 소득세 최고세율이 42%에서 45%로 높아졌다. 소득뿐 아니라 재산에 대한 과세도 규모가 더 클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현 정부와 여당은 세금을 계도나 징벌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3.2%에서 6%로 한 번에 올렸다. 1주택자 종부세율도 0.5~2.7%에서 0.6%~3%로 올랐다. 보유세를 인상해 주택을 팔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거래세의 문턱(세율)을 낮춰야 하는데,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등 집을 사고팔 때 내야 하는 세금의 세율도 함께 올려놨다. 갖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 세제 개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최근 대선 주자들이 새로운 세금을 부과해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하는데 ‘세금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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