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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정치가 기업 발목을 잡는 한국' 美 국무부의 뼈아픈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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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고 사업을 하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기업을 압박하고 갑질을 일삼는 제3세계 후진국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기업환경이 이처럼 열악하다고 미 국무부가 21일 '2021 투자환경보고서'에서 신랄하게 지적했다. 민망한 일이다. 투자환경보고서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CEO는 각종 법률 리스크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체포·기소 위험도 무릅써야 한다"고 했다. 언제든 체포, 출국금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또 "의원 입법 80%가 견제 없이 국회 문턱을 넘고 대통령 시행령도 이해당사자 의견수렴 없이 공포된다"고 지적했다. 무능·무책임한 4류 정치인들이 산업현장의 전문가 의견을 듣지도 않고서 법과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기업·반시장 규제 탓에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워지는 국내 기업환경을 감안하면 반박하기 힘든 질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미 국무부 지적은 새로운 것도 놀랄 일도 아니다. 매 순간 발목을 잡는 과잉 규제의 덫을 헤쳐나가야 하는 게 기업인들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인들의 절규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사업상 어려움에 대해 푸념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엄살 그만 떨라"며 면박을 준다. 또 툭하면 기업인들을 교도소로 보내는 형사처벌법을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으니 답답하다. 당장 지난해 졸속입법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 봐도 그렇다. 처벌 범위가 포괄적이고 모호해 기업인 앞에 감옥문을 활짝 열어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계가 과잉 입법이니 수위를 낮춰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집권 여당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되레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황당하다. 이렇게 기업하기 힘든 나라를 만들어 놓고서 일자리를 창출하라며 기업을 압박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정치가 기업 발목을 잡는다는 말을 듣기 싫으면 반기업 과잉 규제를 풀어 기업할 수 있는 자유를 주면 된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부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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