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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1000년만의 수해' 지역 대신 티베트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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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자치구 수립 70주년 기념, 주석 취임 후 8년만에 첫 시찰

바이든 보란듯이 中 주권 강조… 생활 개선 약속하며 美 공세 대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년 만에 중국 서부 티베트(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를 방문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23일 보도했다.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이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21일 방문 첫 일정으로 ‘중국의 스위스’라고 하는 티베트 남부 린즈(林芝)시를 찾아 야루짱부강 일대 생태 환경을 시찰했다. 중국은 히말라야 기슭에서 발원해 벵골만으로 흘러가는 야루짱부강에 세계 최대 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중국 서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린즈시 도시계획관 등을 둘러본 후 22일 열차를 타고 해발 3600m 티베트 중심 도시 라싸(拉薩)로 이동해 포탈라궁 종교 시설을 방문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티베트 불교 승려들의 안내를 받는 모습, 티베트족 주민들이 하다(티베트에서 환영을 뜻하는 흰 천)를 들고 시 주석을 열렬히 환영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조선일보

티베트를 방문한 시진핑(오른쪽 맨 앞)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한 마을을 방문해 전통 의상을 입은 주민들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시진핑의 이번 티베트 방문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고, 2013년 국가주석직에 오른 뒤로는 처음이다. /신화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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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의 표면적 목적은 티베트 자치구 수립 70주년 기념이다. 시 주석은 부주석 시절인 2011년 자치구 수립 60주년 대표단 단장 격으로 티베트를 방문했다. 중국군은 1951년 라싸를 점령하고 자치구를 세웠다. 1959년 티베트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반중(反中) 봉기가 일어났지만 실패했고 달라이 라마는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해 망명 정부를 세웠다.

중국 당국이 올해 ‘탈빈곤 완성’을 선언한 가운데 소수민족인 티베트족이 다수 거주하고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에 뒤처진 티베트를 찾아 인프라 건설 등 생활 개선을 약속하는 의미도 있다. 영상에 따르면 시 주석은 시민에게 “앞으로 티베트의 모든 민족이 행복한 생활을 위해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 주석의 티베트 방문에 대해 “소수민족 지역의 안정과 개발 촉진 등 국내 과제를 최우선에 뒀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티베트와 쓰촨(四川) 서부 등 티베트족 거주 지역에서는 2010년대 초반까지 티베트 불교 승려 등을 중심으로 중국식 통제에 반대하는 분신 사건이 이어졌고, 지금도 적지 않은 티베트인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망명한 달라이 라마를 따른다. 준페이 우 홍콩 텐다연구소 부소장은 이 신문에 “티베트 불교를 중국화하고, 정치·이념 교육을 통해 민족 단결을 강화하려는 것이 (시 주석 방문의) 핵심 주제일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티베트, 신장위구르, 홍콩 등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하자 시 주석이 티베트 방문을 통해 이런 공세(攻勢)를 차단하려는 한다는 분석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고 밝혔고, 국무부는 올해 86세인 14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티베트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내정간섭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후계자 선정은 중국 법에 따라야 정부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티베트가 인도와 접경 지역이라는 점도 시 주석의 방문에 고려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는 갈완 계곡에서 출동해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시 주석은 두 달 뒤 티베트 당·정·군 간부들과 회의를 열고 국경 방어를 강화하고 국가 안보와 평화 안정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시 주석이 티베트에 도착한 지 이틀 후에야 이 사실을 보도했다. 보통 행사 당일 저녁이나 하루 뒤 보도하는 것을 감안하면 뒤늦은 보도인 셈이다. 지난 17일부터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일대에 “1000년 만”이라는 기상 관측 사상 최악 폭우가 내리고, 지하철에 타고 있던 승객 12명이 익사하는 등 큰 피해를 당한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이 허난성 일대의 수해 현장 시찰 대신 예정됐던 티베트 방문을 강행함으로써 그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는 티베트 문제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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