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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이 2011년 처음 발견한 장흡충, 덜 삶은 골뱅이 통한 감염 위험 높아 [채종일의 기생충 X파일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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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극구흡충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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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로부터 검출한 메콩극구흡충의 성충(머리 부분 등). 출처 | 대한기생충학회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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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구흡충류는 장흡충 중에서도 병원성이 매우 높은 종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환자(호르텐스극구흡충 감염자)가 발견되는데 한두 마리에게만 감염되어도 장 점막을 물어뜯는 충체 때문에 출혈이 생기고 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통증을 견디지 못한 감염자는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검사에서 점막을 물고 있는 충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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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극구흡충(Echinostoma mekongi)은 한국건강관리협회 국제협력팀이 2011년 5월 캄보디아의 메콩강 유역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새로운 인체 기생 장흡충이다.

충체 발견 후 9년여에 걸친 심층 형태학적 및 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신종으로 확정하여 2020년 전문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캄보디아 다케오주와 크라체주의 메콩강변에 거주하는 주민으로부터 처음 충체를 검출하였고, 그 후 칸달주와 펄삿주에서도 감염 환자를 확인하였다.

다케오주에서 기생충관리 국제협력사업을 전개하던 우리 팀은 지역 주민 1799명 중 32명(1.8%)의 분변에서 크기(길이) 100마이크론 정도의 흡충란을 발견하였다. 크라체주에서도 3034명 중 55명(1.8%)에서 동일한 흡충란을 발견하였다. 극구흡충류의 하나로 보였지만 충란만으로 정확한 종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극구흡충류의 종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감염 환자에게 구충제(프라지콴텔)와 하제를 투여한 후 설사 변에 섞여 나오는 성충을 수집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 성충 수집과정에 대해 캄보디아 보건관리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이 환자에게 매우 안전한 것임을 설명하면서 성충 동정(이미 밝혀진 분류군 중에서의 그 위치를 결정하는 일)은 물론 인체 감염원 파악 등 예방의학적 차원에서 이 흡충의 전모를 밝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득을 몇 차례 거듭한 끝에 드디어 동의를 받게 되었다.

다시 다케오주를 방문한 우리는 감염 주민 2명에게 구충제와 하제를 투여하고 1시간 후 설사 변을 수집하였다. 수세(물로 씻음) 과정을 거친 후 가라앉은 침사(상층액을 버리고 남은 것)를 입체해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던 우리는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는 극구흡충 성충 6마리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다른 한 사람의 설사 변에서도 6마리가 검출되어 총 12마리의 성충을 수집하게 되었다. 이듬해에는 크라체주에서 감염 환자 4명으로부터 총 244마리의 성충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한국에 돌아온 후 충체의 종을 확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외선극구흡충’ 및 그 유사종들과 비교 검토하면서 같은 종인지 별개 종인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형태 분석만으로는 쉽게 결론이 얻어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얻은 충체는 ‘외선극구흡충’이나 유사종들에 비해 두극(頭棘, 머리에 가시처럼 생긴 것)의 형태에 차이가 있어 별종일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이 가능성은 결국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분석으로 명확히 확인되었다.

이 새로운 극구흡충은 메콩강 유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특히 톤레삽 호수를 끼고 있는 펄삿주에서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감염률이 매우 높은데(20~30%), 방과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 상점에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민물 패류(골뱅이)를 먹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골뱅이를 충분히 뜨겁게 장시간 조리하지 않을 경우 유충이 살아남아 감염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와 캄보디아를 포함한 극구흡충 유행 국가에서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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