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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항해 당직 못 설까봐 타이레놀도 먹지 않았다"... 긴박했던 청해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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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원 공동 인터뷰]
"피가래 토했다"는 언론 보도는 과장
文대통령 "송구한 마음" 명시적 사과
한국일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21일 문무대왕함 출항 전 팀워크 훈련 및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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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을 서지 못할까 봐 타이레놀도 먹지 않았다.” “수액은 있는데 수액 줄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이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처음엔 단순 감기인 줄로만 알았다가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나중엔 기본적인 해열제조차 부족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다만 “살려달라는 장병은 없었다”면서 일부 언론보도에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간부 A씨는 23일 국방부 공동취재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다 위에서 17일 정도 아팠다. 열이 39도 넘게 올랐는데, 버티면서 면역체계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발열 증상에도 “타이레놀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해열제를 섭취하면 의무 기록이 남아 항해 당직을 설수 없고, 그러면 부하 간부들이 당직을 대신 서야 하는 탓이다. “어떻게든 버텼다”는 것이다.

"기름도 없어 저속 항해만"


그러나 코로나19는 삽시간에 퍼졌고, 나중에는 약품은 물론 배를 움직일 기름조차 동이 났다. 간부 B씨는 “(원래는) 14일 단위로 입항해야 하는데 확진자가 나와 현지 국가에서 (문무대왕함) 입항을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 약을 다 써 타이레놀만 먹었다”고 했다. 병사 C씨는 “수액은 충분했는데 줄이 부족했다”며 “기침약 등을 처방받았지만, 나중에는 약이 부족했고 해열제도 떨어져 현지에서 구매했다. 후반에는 타이레놀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부는 “입항 거부로 기름을 채우지 못해 저속으로 항해했다”고도 했다.

승조원들은 바이러스 확산 초기 6명에 대한 간이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지 못했다. 한 간부는 “초반에 감기 증상자가 늘어나자 키트 검사를 실시했다”며 “모두 음성이 떠버리면서 코로나19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해군은 이날 당초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문무대왕함에 실을 예정이었으나, 실무진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준비한 물량을 적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항원키트로 검사를 받았다면, 감기 환자가 급증했을 때 추가 확산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어 고강도 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리병들 "식자재 통한 감염" 이구동성


청해부대 조리병들은 하나같이 식자재를 감염원으로 지목했다. 군수품을 적재한 기항지에서는 방역 작업을 수행한 인원 모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던 터라 신체나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병사 C씨는 “부식을 담은 박스가 훼손돼 있었다”면서 “조리병들이 처음 감염된 것만 봐도 식자재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병사 D씨도 “(식자재) 포장에 흙과 깃털이 묻어 있었다”며 "기항지에서 받은 물품이 비위생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확산된 이후 “피가래를 토했다”, “지옥 같았다”라는 일부 매체 보도에 승조원들은 “과장됐다”고 입을 모았다. 간부 E씨는 “피를 토하고 살려달라는 대원은 없었다. 다들 견디고 서로 격려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C씨는 “간부 한 명이 피가래를 뱉었다”면서도 “(최근 보도가) 사실과 다르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D씨는 “다 이겨내려고 열심히 했는데, 질타 댓글이 많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해부대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앞서 20일 국무회의에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부 대응에 유감을 표한 지 사흘 만에 ‘명시적 사과’를 한 것이다.

국방부 공동취재단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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