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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청해부대원 "간이검사서 전원 음성 나와… 모두 감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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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많이 생겨 약도 부족… 나중엔 타이레놀만 먹어”

“식자재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 커… 포장 깔끔하지 않았어”

‘피가래 나왔다’는 인터뷰 관련해 “그런 간부·대원 없었다”

세계일보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지난 20일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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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현지에 파견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서 지난 2일 이후 감기 증상자가 늘면서 신속항체검사를 실시, 전원 음성이 나오자 코로나19 확률을 낮게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속항원검사 키트 대신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가져간 것이 초기 대응을 늦춰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해부대 34진의 간부 A씨는 23일 국방부공동취재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초반에 감기 증상자가 늘어나자 키트 검사를 실시했다. 모두 음성이 나오면서 코로나19 확률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첫 감기 증상자였던 병사 B씨도 “(간이검사에서) 다 음성이 나와서 모두 감기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해역 인근 기항지에 접안했고, 지난 2일 처음으로 감기 증상자가 나왔다. 처음엔 약 처방만 했고, 이후 감기 환자가 속출해 유증상자가 100명 정도로 늘어난 지난 10일에서야 40여 명에 대해 간이검사를 했다.

A씨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확진자가 늘어나자 비확진자들을 화생방 구역에 격리시켰고, 청소나 당직 근무는 증상을 앓았던 확진자들이 주로 했다고 전했다. A씨는 “(함정 내) 침실을 적게는 16명에서 많으면 36명까지도 같이 쓰게 설계가 돼 있다. 화장실도 시간을 나눠 쓰지만 바이러스가 남아있으면서 확진자가 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약이 부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간부 B씨는 “환자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약도 부족했다. 14일 단위로 입항해야 하는데 확진자 발생으로 현지에서 입항을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을 다 써 타이레놀만 먹었다”고 전했다.

병사 C씨는 “수액은 충분했는데 줄이 부족했다. 수액 환자 수용하기에 의무실은 3명만 들어갈 수 있었다. 기침약 등을 처방받았지만, 약이 부족하게 됐고 해열제도 떨어져 현지에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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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충북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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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들은 마지막 기항지에서 반입한 식자재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항지에서 현지인과 접촉을 차단하고 지상에서 보급품 접수와 방역 작업을 한 10여 명은 방호복을 입었다.

A씨는 감염 원인에 대해 “식자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식 포장 상태가 부실해 그걸 통해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부식을 현지 대행업체를 통해 받았는데 해산물이나 야채, 과일류는 냉동 포장과는 다르게 바구니에 담겨서 따로 소독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씨는 “부식을 담은 박스가 훼손된 게 있었다. 정확한 감염 경로를 알 수는 없지만, 초반에 대부분 조리병이 걸린 걸로 보면 부식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인 D씨도 “부식들이 포장이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호흡기로 전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어 정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승조원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가래가 나왔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대부분 그런 인원을 보지 못했다거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D씨는 “피를 토하고 살려달라는 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C씨는 “심하게 앓던 중증 간부 1명이 자다가 피 섞인 가래를 뱉어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함정을 동료에게 맡기고 조기 귀국한 데 대한 아쉬움과 초기 대응의 부적절성 등을 지적하는 일부 언론 보도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또다른 간부 E씨는 “배를 두고 내려야 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음성자들만 한국에 보내자’, ‘양성자들은 면역체계가 생기지 않겠느냐’, ‘우리가 배를 몰고 가야 한다' 하면서 울었다”며 “함장과 부함장은 무선으로 지시했고 함장도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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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임무단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문무대왕함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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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방부는 22일부터 민관군 합동역학조사단이 국방부 감사의 일환으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사단은 오는 30일까지 기초자료 수집·분석, 노출상황 평가를 위한 현장조사 등 수행한다. 이를 통해 감염원·전파경로 규명을 위한 심층조사를 실시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가 청해부대 34진 출발 전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챙기라고 지시했음에도 실무진 착오로 문무대왕함에 싣지 않았던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군은 앞서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챙기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정확도가 낮으니 유증상자 보조용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잘못된 설명이었던 셈이다. 해군은 “해군본부 의무실이 언론 문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군본부가 시달한 신속항원검사키트 사용지침 문서에 문무대왕함이 포함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방부공동취재단,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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