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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스태프 “새벽 4시부터 도시락 수백개 만들고, 호텔 밖엔 한 발짝도 안 나갑니다” [도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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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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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식사를 책임지는 급식지원센터 조리 파트 스태프들이 선수촌에 배달할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급식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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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전체 빌려 급식지원센터로
생선 제외, 육류 뉴질랜드·호주산
채소·과일도 후쿠시마산은 안 써
“선수들 ‘맛있다’ 한마디에 힘 나”

지난 20일에는 100개 남짓이었던 도시락 신청 수가 21일에는 11개 종목 220개로 늘었고 22일에는 307개, 23일에는 472개로 대폭 늘었다. 조리 스태프 16명이 쉴 새 없이 대표팀을 위한 도시락을 만든다.

대회 시작 전, ‘도시락’은 2020 도쿄 올림픽 한국 대표팀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의 모토를 ‘부흥’과 ‘재건’으로 내걸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태로부터 부흥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선수촌에 공급한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모두 “꼼꼼한 검사를 통해 안전한 식재료만 공급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표팀은 혹시 모를 방사능 피폭 등에 대비해 도시락을 준비했다.

일본은 한국 대표팀의 도시락에 대해 ‘딴지’를 걸었지만 일본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때 급식 지원단을 파견했다. 선수촌에 걸린 이순신 장군의 장계 패러디 현수막을 치우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한·일 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도시락’은 선수단의 건강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팀 ‘독립’의 상징이 돼버렸다. 선수촌 식당에서 다른 선수들과 접촉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락’은 코로나19 예방 효과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도쿄의 한 호텔 전체를 빌려 급식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센터를 관리하는 정년구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관리부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조리부와 행정담당 등 여기 와 있는 모두가 호텔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있다”며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인데, 행여라도 바이러스가 묻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고 말했다.

영양사와 검식사 조리사 등 16명이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수백개의 도시락을 싼다. 정 부장에 따르면 아침 식사 담당은 오전 4시 이전부터 도시락을 준비해 오전 6시30분에 배송을 시작한다. 대회 전부터 영양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20일치 메뉴를 미리 짜서 준비했다. 선수들의 입맛과 영양, 칼로리 등을 모두 고려했다.

이번 대회 중 도시락 메뉴에 생선은 들어가지 않는다. 고추장, 된장 등의 장류와 김치는 한국에서 전부 공수해왔다. 신선도가 중요한 고기와 채소, 과일 등을 현지 구매했는데, 식재료 구입비로만 2억원을 썼다. 채소, 과일은 후쿠시마현 인근 8개현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기른 것들을 구매했고, 고기는 아예 뉴질랜드와 호주산을 샀다.

도시락은 아침, 점심, 저녁 끼니마다 선수촌으로 배달한다. 도시락을 신청한 종목에서 이를 수령해 먹는다. 일반 도시락 외에 체중감량이 필요한 체급 종목 선수들을 위한 죽 도시락도 준비했다. 정 부장은 “체급 종목의 경우 흡수가 빠른 죽이 필요할 때가 있다”며 “전복죽, 소고기죽, 야채죽 등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도시락과 함께 제공되는 ‘미숫가루’는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플라스틱 병 안에 미숫가루를 담았고 물이나 우유를 넣어서 흔들어 마신다.

도시락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뜨겁다. 배드민턴 대표팀의 김소영 선수는 “양이 조금 아쉬울 때도 있지만 너무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배구 대표팀의 김연경 선수가 영양사님들께 너무 맛있게 잘 먹고 있다, 도시락 때문에 힘이 난다고 전했다. 탁구 대표팀의 신유빈 선수도 도시락에 감사해한다”며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감옥생활이지만, 그런 말 들을 때 여기 있는 모두들 힘이 난다”고 말했다.

도쿄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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