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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들킬 듯 말 듯 심장 쪼는 ‘미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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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란의 내 인생의 장르물 ❸ 프리즌 브레이크

한겨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마이클 스코필드는 형을 구하려고 몸에 감옥 설계도를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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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피디의 방탄소년단 다시보기’로 6월 한달이 즐거우셨나요? 오티티 충전소가 마련한 두번째 여름 특집. 드라마 <마우스> 최란 작가가 추천하는 ‘내 인생의 장르물’을 7월 한달간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6월엔 비티에스! 7월엔 장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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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뭘 새삼스럽게? 누가 이 드라마를 모른다고!’

지금 이 선택을 의아해하며 이렇게 한숨 쉬는 독자들이 있겠다. 맞다. 마지막 추천작은 미국드라마(미드)를 안 보는 사람도 알 만한 유명한 작품이다. 바로 <프리즌 브레이크>(2005)!

굳이 16년이나 된 미드의 고전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유? <프리즌 브레이크>는 ‘내 인생의 장르물’을 넘어 ‘내 인생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해준 바이블이랄까.

이 드라마를 데뷔작 <일지매>(2008)를 준비하던 중 뒤늦게 봤다. 미드에 ‘1’도 관심 없던 시절에 본 <프리즌 브레이크>는 ‘충! 격!’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런 드라마가!” 이 ‘미친 드라마’는 당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던 나를 화장실에 못 가게 만들었고, 식탐이 심했던 나를 식음을 전폐하게 만들었고, ‘잠순이’인 나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했다.

설정 자체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목 그대로 탈옥 드라마. ‘석호필’(한국 시청자들이 주인공 ‘스코필드’를 부르는 애칭)이 누명 쓰고 사형수가 된 형 링컨을 구하려고 온몸에 문신으로 설계도를 새기고 감옥에 들어간 뒤 탈옥하는 과정이다.

영화 <기생충> 속 송강호의 대사처럼, 석호필은 “계획이 다 있”었지만 모든 것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면 드라마가 재미없지. 탈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석호필은 각종 수난을 겪는데,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와 들킬 듯 말 듯 심장을 쪼는 탈옥 과정은 ‘다음은 어떻게 되지?’ 하는 의문을 증폭시키며 시청자들을 정신없이 몰두하게 한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갈등을 던져주고 바로 해결하는 형식적인 틀을 과감히 탈피한다. 갈등을 던진 다음, 그 갈등이 해결되기 전에, 다음 갈등, 또 다음 갈등을 던진다. 갈등을 켜켜이 쌓으며 주인공을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어버린다. 엄청난 속도감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링컨의 사형 집행을 다룬 내용이 대표적이다. 석호필은 사형 집행을 지연시키려고 전기의자를 고장 내지만, 결국 링컨은 의자에 앉게 된다. 제아무리 천하의 석호필이라도 형을 살릴 방법이 더는 없다. 시청자들은 혼란과 패닉에 빠지면서 드라마에 더 집중하게 된다. ‘대체 이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되려고 이러는 거지?’

갈등 해결 방법은 다소 심심한데, ‘엥?’ 허탈감을 느낄 새도 없이 드라마는 또 갈등으로 휘몰아친다. 결국 이 드라마는 갈등 해결 과정이 아닌, 갈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리며 엄청난 흡인력을 갖는다. ‘아, 이런 드라마를 써야 해’ 볼 때마다 다짐하게 된다.

주로 사건과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췄던 미드와 달리 <는 드라마 근간에 가족애를 깔고 있다. 가족애는 가장 보편적 감정이다. 장르물도 결국은 인간의 감정, 인간애를 다뤄야 한다. 그래서 한국드라마가 세계 진출에 유리하다. 감정을 다루는 것은 한국 작가들이 세계 그 어느 작가들보다 탁월하다. 다만, 사건드라마와 감정드라마를 분리하지 말고, 그 둘을 적절히 섞는다면, 분명 전세계에 통하는 케이(K)드라마가 될 것이라 믿는다.

자, 이것으로 ‘내 인생의 장르물’ 3부작이 끝났다. 장르물의 다양성을 알리려고 나름 심사숙고하며 작품을 선택했다. 여러분의 인생 장르물은 무엇인가? 그 선택에 내 작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프리즌 브레이크>처럼 화장실 못 가게 만드는 드라마를 쓰기 위해, 내 머릿속 ‘짱돌’은 오늘도 열심히 덜그럭덜그럭 굴러가고 있다. 조만간 세상에 없는 이야기,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한 이야기를 들고 “짠!” 하고 돌아오겠다. 아일 비 백! <끝>

드라마 <마우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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