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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알려줘! 경제] 3시→5시 전력피크 이동한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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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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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피크는 왜 항상 오후 5시에 나타날까>>

에어컨 없이 견디기 힘든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푹푹 찌는데 계속 기계가 돌아가는 공장은 얼마나 더울까요.

우리나라 전력의 대부분은 산업현장에서 쓰입니다. 여름엔 사람도 기계도 열을 식혀야 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나죠.

기온이 오르면 전력 수요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상청에서 폭염을 예고하면 전력당국이 긴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피크타임, 단 몇 분이라도 전력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블랙아웃, 대정전이 일어나는 걸 피할 수 없습니다.

<<2016년부터 변화…그 사이 무슨 일이?>>

그런데 전력피크는 왜 오후 5시일까요. 하루 중 가장 더운 건 지열이 한껏 달아오른 오후 2~3시인데 말이죠. 취재는 이런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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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력거래소 전력수급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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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전랙거래소의 전력수급실적을 뽑아봤습니다. 7월 7일을 제외하고 주중에는 모두 17시에 피크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12일 이후엔 어김없이 오후 5시에 피 크가 발생했습니다.

저녁 8시 피크도 보이는데 그건 주말입니다. (주말마다 저녁에 피크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를 아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올해만 그럴까.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해 매년 최대 전력 수요가 나타난 날의 피크를 뽑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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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피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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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5년까지 피크는 모두 3시였습니다. 참고로 전력거래소는 순간의 값이 아닌, 1시간 평균으로 피크를 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피크는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 전력입니다.

그런데 2016년부터는 오후 5시로 밀렸습니다. 한 두시에 일부러 에어컨을 끈 걸까요. 오후 5시마다 새로운 전력 수요가 생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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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소비패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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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소비패턴의 변화가 있었는지 보기 위해 실제 실시간 전력수요 그래프 모양을 비교해봤습니다. 언뜻 봐서도 2005년부터 2020년까지 그래프 모양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새벽 6시부터 전력이 급증하고 점심 무렵 한번 주춤했다가 다시 올라가는 패턴이 매년 반복됐습니다.

달라진 건 전력 절대값과 피크시간뿐입니다. 산업부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뜻밖에도 원인은 태양광이었습니다. 태양광? 우리나라 총 발전량 중에서 6%도 안 되는 그 태양광?

<<'숨은 전력' 비계량 태양광의 위력>>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전남 신안이나 영광 등에 있는 대형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됩니다.

산업부에서 확인해준 올해 5월 기준 대형 태양광 발전소 설비용량은 4.5GW. 올해 우리나라 전체 설비용량이 130GW쯤 되니까 전체에선 매우 미미한 편이죠.

하지만 태양광 패널은 가정집이나 작은 공장에도 수없이 깔려 있습니다. 이런 전력은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비되고, 남는 건 한전으로 보내집니다. 이런 걸 비계량 발전량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용량이 1000kW 미만입니다.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바로 전력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전체 전력수요에는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낮에는 태양광이 필요한 전력을 충당해줍니다. 그래서 해가 기우는 오후 5시로 피크타임이 바뀌는 효과가 나타난 겁니다.

비계량 발전은 2017년 3.9GW에서 올해 최소 15GW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설비용량만 비교해서는 원자력발전소 15개에 맞먹습니다. (올해 7월 22일 기준으로 가동 가능한 원전 24기의 총 설비용량은 23,250MW입니다. 그러니까 평균은 0.97GW, 1GW쯤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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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은 날씨나 온도, 환경의 제약 때문에 설비용량만큼 항상 일정하게 발전하지 못합니다.

여름 같은 경우에는 태양광 발전 효율이 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48~49.7%, 해가 저무는 오후 5시에는 24.6%로 급감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계량 태양광이 15GW 깔렸지만 단순히 피크 시간에 15GW를 발전하고 있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전력거래소가 분석한 결과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5일 피크 전력수요는 오후 5시 88.9GW였습니다. 그런데 비계량 발전량까지 고려하면 피크는 오후 3시 93.4GW로 추산됐습니다.

즉 피크시간에 태양광 발전이 8.7GW를 공급한 겁니다. 최대 전력수요의 9% 이상입니다.

특히 8.7GW 가운데 6.5GW가 비계량으로 추정됐습니다. 원전 6기 이상의 발전량입니다. 정확히 설비용량을 집계할 수 없단 이유로, 경우에 따라 태양광의 발전효율이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눈여겨보지 않았던 가가호호 태양광의 위력이 새삼 확인된 셈입니다.

<<공급예비율 10%의 공포…사실은?>>

올여름 폭염과 산업생산의 증대로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거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전력예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것 같다. 큰일 날 거다 경고의 목소리도 높죠.

하지만 요즘처럼 공급량이 100GW에 육박할 때 10%면 10GW입니다. 원전 10기 분량이죠.

전력수요가 60~70GW이던 시절에 예비율 10%면 6~7GW니까 원전 1기만 멈춰도 예비전력 5.5GW 밑으로 떨어져 비상상황이 발령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예비전력 5.5GW까지 내려가려면 원전 5기가 동시에 멈춰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그럴 일이 쉬울까요.

물론 발전량이 변덕스러운 태양광만으로 피크관리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도 급격하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했다가 급격한 출력 변동이 생기는 초저녁에 공급예비력을 확보하지 못해 정전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결국 백업시스템이 중요합니다. 낮 동안의 태양광발전을 저장했다가 해가 진 뒤 꺼내 쓸 수 있는 시스템이 확대돼야 에너지전환도 가능해집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태양광이 정확히 얼마나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지 측정하고 연구할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한 미국은 개기일식 때 태양에너지 효율까지 분석하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부도 비계량 발전을 위한 TF을 조직한다고 하니 알차고 똑똑한 전력수급 대응을 기대해봅니다.

김윤미 기자(yoon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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