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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호텔·와인기업까지 빨아들인 LVMH…젊은층 특화하는 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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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명품시장 리포트 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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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으로 대표되는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과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Kering)그룹. 지난해 전 세계 명품시장 매출에서 LVMH는 440억유로, 케링은 131억유로로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최근 럭셔리 시장에서는 두 그룹 간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VMH는 지난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에트로를 인수했다. 지분 60%에 대한 인수가격은 5억유로(약 6700억원)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해도 LVMH는 적극적인 인수·합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VMH그룹 산하에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셀린느 펜디 지방시를 비롯해 화장품 주류 시계보석 유통 체인과 호텔 등 럭셔리 부문 유명 라인업이 망라돼 있다. 케링그룹은 구찌와 함께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브리오니 생로랑 등을 보유하고 있다. 케링그룹은 LVMH그룹처럼 덩치를 키우는 대신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 통해 명품시장 새판 짜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전통의 명품 브랜드 75개를 소유한 LVMH는 지난해 매출이 447억유로(약 60조6800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명품 소비 확대 바람을 타고 이 그룹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급증했다. 팬데믹 유행 직전인 2019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5억유로와 71억유로를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21.4%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나타냈다. LVMH그룹은 경기 호황기에 각 사업군이 전 세계 명품 소비를 부추기면서 그룹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불황기에는 상대적으로 잘나가는 특정 사업군이 부진한 사업 영역을 보완해주는 지지대 역할을 수행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1분기 LVMH 매출이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패션·가죽과 주류 부문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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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가 지금의 명품 제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부친에 이어 건설업 사업을 하던 아르노 회장은 1979년 미국 출장을 계기로 명품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미국의 택시기사가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은 몰라도 프랑스 브랜드인 '디올'을 아는 것을 보고 명품의 소비자 침투력과 사업 잠재성을 감지했다. 그는 1984년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던 크리스챤 디올의 모회사 부삭그룹을 인수하며 명품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뒤 2년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그는 1987년 명품 브랜드 셀린느, 1988년 지방시를 잇달아 사들이며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당시 아르노 회장은 "향후 10년 안에 세계 최대 럭셔리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다음 인수 대상으로 'LVMH그룹'을 지목했다. 그리고 26억달러를 투자해 LVMH의 주식을 사들여 1989년 LVMH그룹의 최대주주이자 회장에 올랐다. 현재 LVMH그룹은 아르노 회장이 크리스챤 디올을 통해 지배하는 구조다. 아르노 회장이 크리스챤 디올의 지분 97.5%를 가지고 있고, 크리스챤 디올이 LVMH그룹의 지분 41.2%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아르노 회장을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라는 별칭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브랜드를 처음부터 키우는 대신 유명한 명품 브랜드들을 사들여 단번에 시장 선도자로 올라서는 전략을 차용했다. 티파니앤코 인수가 대표적이다.

케링그룹은 경쟁사인 LVMH와 다소 상이한 행보를 걷고 있다. 케링그룹은 오히려 매각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케링그룹은 구찌, 보테가 베네타,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부쉐론, 알렉산더 맥퀸, 브리오니, 지라르페르고, 장리샤르, 키린, 포멜라또, 도도, 율리스 나르딘 등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2013년 피노 프랭탕 레두트(PPR)그룹은 사명을 케링그룹으로 바꾸면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케링그룹은 2018년 보유 중인 푸마 지분 70%를 처분했고, 이듬해엔 스포츠웨어 브랜드 볼컴도 팔았다.

케링그룹의 명품 사업 집중 전략은 주요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그룹 전체의 내실화에 기여했다. 전략의 핵심은 디자인과 품질을 개선하는 것과 같이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특히 명품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구찌다. 케링그룹은 2015년 1월 컨설턴트 출신인 마르코 비자리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조직 변신을 꾀했다. 비자리 CEO는 당시 구찌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격 발탁했다. 맥시멀리즘(화려하고 과장된 경향)을 추구하는 미켈레는 꽃, 벌, 나비 등 문양에 화려한 색상을 더한 디자인으로 10년 넘게 침체에 빠져 있던 구찌를 부활시켰다.

케링그룹이 LVMH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케링그룹은 2012년부터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인 육스네타포르테(YNAP)와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구찌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에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또 2017년에는 사내에 최고고객·디지털책임자(CCDO) 직책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이베이 출신 그레고리 부테를 앉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앞당겨진 상황에서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 전략은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케링그룹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67.5% 늘어난 17억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131억유로)의 13%에 달하는 수치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업계 평균을 웃돈다. 케링그룹의 작년 순이익은 21억유로를 기록했다.

[김대기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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