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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예약 먹통, 질병청이 자초했다…처음부터 대기업 참여 안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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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12일 0시부터 진행된 만 55∼59세(1962∼1966년 출생자)를 위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스템 '먹통'으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질병관리청 사전예약 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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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 먹통 사태를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백신 예약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대기업을 참여시킬 수 있었는데도 중소기업만 참여시켜 화(禍)를 키웠다는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먹통과 관련해 네이버, 카카오, LG CNS 등과 협의를 하고 대기업과 실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사전예약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과 업계 취재를 종합해 보면,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예약시스템 구축 시 대기업이 예외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전예약 시스템은 중소 IT서비스 기업인 중외정보기술이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는 원칙적으로 대기업 참여가 금지된다. 이 법안은 삼성SDS·LG CNS·SK C&C 등 대기업이 국내 정보기술(IT) 구축 시장을 독식하는 것을 막고, 중소·중견 업체를 키우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다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업’이나 ‘신기술 적용 분야’에 대해서는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EBS 온라인 클래스 먹통이 잇따르면서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할 수 있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EBS 사태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몰리는 트래픽을 감당하는 시스템을 중소기업은 구축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IT쪽엔 형성됐는데 정부는 안일하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라면서 “정부의 오판으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 IT 강국의 시스템 먹통 오명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백신 예약시스템 먹통으로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자 질병청과 과기정통부는 전날 뒤늦게 예약시스템 문제 진단과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온라인 전문가 회의를 긴급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관계부처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LG CNS 등 대기업도 참석했다. 다음 달 오픈되는 20~40대 백신 예약 때는 대기업 참여 가능성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질병청은 15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역학조사 관련 시스템 구축(공고명 코로나19 접촉자 관리 및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구축사업)에는 대기업 참여 제한을 풀어줄 것을 과기정통부에 요청해 이를 승인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 구축은 KT가 맡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대기업 참여를 요구받고 이를 승인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백신 예약 시스템에서도 질병청이 신청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명희 의원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백신 수급 실패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다시 한 번 백신접종 계획을 점검하고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발주처가 대기업 참여 여부를 매번 판단하고, 대기업이 왜 참여해야 하는지 과기정통부에 일일이 승인받아야 하는 구조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 법안은 현재 총리실이 없애려고 검토 중인 15개 규제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가기관 발주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토록 하는 현 법안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교육부는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 사업에 클라우드 등 각종 신기술이 포함되는 만큼 대기업이 일부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과기정통부에 요청했으나 네 차례나 퇴짜 맞은 바 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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