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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저우 33명 참사 ‘인재’…100㎞ 빗나간 중국 폭우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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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선 독일 홍수 보도만

매체들 늑장 보도 화 키워

“조기 경보 등 투자 늘려야”

[경향신문]

빗나간 기상 예측이 최소 33명이 숨진 중국 허난성 정저우(鄭州)시 폭우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관영매체들 역시 늑장 보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허난성 정부는 지난 15일 기상당국으로부터 기상 악화로 인한 위험을 경고받았다. 하지만 예보관들은 정저우가 아니라 100㎞ 떨어진 자오주오(焦作)시에 최대 500㎜의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측은 빗나갔다. 지난 20일 정저우에는 한 시간 동안 201.9㎜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기상관측 이래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시간당 강우량이다. 17~20일 정저우에 사흘 동안 내린 비의 양(617.1㎜)은 이 지역 연간 평균 강수량(640.8㎜)과 맞먹는다.

정저우시 당국이 20일 오전 최고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하긴 했지만 이미 많은 시민들이 출근길에 오른 뒤였다고 SCMP는 전했다. 기상당국은 “현재 예측 모델이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극단적인 기상 상황을 잘 반영 못한다”고 해명했다.

기상학자들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시설 투자와 시스템 보완 등을 통해 예보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시간당 강수량 예측을 지상 레이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측면이 있고, 작은 도시나 농촌에는 상대적으로 레이더 기지 수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예상치 못한 기상재해를 피하기 어렵다 해도 조기 경보 등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영 CCTV는 정저우 폭우 당시 이를 곧바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독일 등 유럽의 홍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현지 방송인 허난위성TV는 재난방송을 하지 않고 항일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저우에서는 지난 20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지하철에 갇힌 승객 12명을 포함해 모두 3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으며, 300만명 이상이 호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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