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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도쿄올림픽 하다하다…내일 개막인데 개막식 연출자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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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하루 전 초유의 연출자 해임

과거 콩트에서 '홀로코스트' 희화화

미국 유대계 단체 압박에 전격 결정

관계자 줄줄이 사임...'추문 올림픽'

도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개·폐회식 연출자가 해임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22일 과거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개그의 소재로 삼은 사실이 알려진 개·폐회식 '쇼디렉터' 고바야시 겐타로(小林賢太郞·48)를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중앙일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희화화하는 과거 동영상으로 논란이 된 도쿄올림픽 개막식 연출 담당자 고바야시 겐타로(왼쪽 사진)가 22일 해임됐다. 2019년 12월 기자회견에서 당시 사사키 히로시(오른쪽) 개·폐회식 총괄책임자가 고바야시를 소개하는 장면. 사사키도 여성 연예인의 외모 모욕 논란으로 올해 3월 사퇴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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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9일에는 개회식의 음악감독을 맡은 뮤지션 오야마다 게이고(小山田圭吾)가 학창 시절 장애인에게 인분을 먹이고 폭력을 가했다는 과거 인터뷰 내용이 논란이 돼 자진 사퇴했다. 연이은 관계자들의 추문과 사임으로 하루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해임된 고바야시는 20여년전 2인조 개그 콤비 '라멘즈'로 데뷔한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으로 2019년 말 도쿄올림픽 개·폐회식의 연출자로 임명됐다. 최근 그가 라멘즈 활동 당시인 1998년 5월에 발매한 비디오에 수록된 콩트 내용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문제의 콩트는 두 개그맨이 프로그램 제작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다. "공에는 '공'이라고 적고 관중들에게는 '사람'이라고 쓴, 문자로 구성된 야구장을 만드는 건 어떨까"라고 한 사람이 말하자 상대방이 "괜찮지 않아? 해 볼까? 마침 이렇게 사람 모양으로 잘라놓은 종이가 잔뜩 있으니까"라고 답한다.

그러자 다른 멤버가 "아, (사람 모양 종이는) 그 '유대인 대량학살 놀이(ごっこ)' 하려고 했을 때 만든 거구나"라고 말하며 웃는다. 이후 "그거 하려고 했을 때 혼났잖아. '방송이 되겠냐!'하면서" 등의 대사가 이어진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인류의 비극인 '홀로코스트'를 놀이에 비유한 것은 물론, 개그의 소재로 삼은 데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조직위는 이날 오전 이 발언을 입수한 후 사안이 사안인만큼 외교적인 문제로 불거질 것을 우려해 즉시 해임을 결정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조직위 회장은 "개회식을 목전에 앞두고 이러한 사태가 되어 많은 관계자, (도쿄)도민,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오늘 아침 정보가 들어올 때까지 과거 발언은 몰랐으나, 외교상 문제도 있어 조속히 대응하기 위해 해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유대인계 인권단체인 '사이먼 비젠탈 센터(SWC)'는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아무리 창조적인 인물이라 하더라도 나치의 대량학살 희생자를 비웃을 권리는 없다. 이런 인물이 도쿄올림픽에 관여하는 것은 600만명 유대인 기억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고바야시는 해임 후 즉시 성명을 발표해 "과거 내가 쓴 콩트의 대사에 극히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 포함됐다"고 인정하며 "불쾌하게 생각하신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관계자들이 연이어 망언이나 과거 부적절한 행적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추문 올림픽' '망언 올림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월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조직위 전 회장이 "여자가 있는 회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내용의 비하 발언으로 물러났다. 3월에는 개·폐회식 총괄책임을 맡았던 사사키 히로시(佐々木宏) 프로듀서가 여성 개그맨을 돼지로 분장시켜 무대에 올리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사실이 알려져 사퇴했다.

지난 19일 오야마다 음악감독 사임에 이어 20일에는 조직위가 마련한 문화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유명 그림책 작가 노부미가 학창시절 교사를 괴롭히고 협박한 이력이 문제가 돼 사퇴를 발표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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