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대출 받으려던 50대 직장인, 은행가서 분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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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신도시에 사는 5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집안 사정이 생겨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다 좌절했다. 대출규제가 수시로 바뀌는 터에 헷갈린 건 둘째치고 보유 주택의 담보가치(KB부동산 시세 5억8000만원)가 충분한 데도 한도를 크게 제약해서다. A씨가 필요한 돈은 1억3000만원. 정작 가능한 대출은 생활안정자금 목적으로 연간 최대 1억원까지만 가능했다. 심지어 사용 목적조차 제한이 따랐다.

A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내 동일한 평수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B씨의 얘기를 듣게 됐다. B씨는 금융권에서 주담대로 생활안정자금 1억원을 대출하고 사업자 대출로 9900만원을 더 받아 총 1억9900만원을 조달했다. B씨는 "추가 대출 9900만원은 1억원 미만이라 사업자금 용도 여부를 증빙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의 각종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은 40~50대 직장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직장인과 사업자(자영업자) 간의 주담대 차별이다. 직장인과 사업자에게 다르게 적용하는 부동산 대출 규제 때문에 동일한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도 한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주담대의 경우 사업자는 주택 시세의 최대 90%까지 가능하다. 주택 시세가 5억원이면 4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구조다. 반면 직장인은 연간 최대 1억원 한도로 의료비, 생활비 등 긴급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대출만 가능하다. 직장인이나 사업자나 어딘가 돈 쓸 곳이 필요해 주담대를 받는 것인데, 유독 직장인에게 엄격한 대출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데서 직장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사업자의 경우 생활안정자금(연간 최대 1억원) 외에 사업자 대출로 추가 대출을 진행할 때 1억원 미만으로 받으면 실제 사업자금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증빙할 필요가 없다.

저축은행, 캐피탈사, 보험사 등에서 주담대로 자영업자가 사업자 대출 실행 시 주로 1억원 미만으로 100만원 단위로 끊어서 대출을 실행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B씨가 9900만원으로 사업자 대출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대출은 실제 주식에 투자를 하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든, 부동산 투자를 하든 용도가 사실상 '깜깜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한 것인데, 정작 사업자 대출은 탈출구 '구멍'이 있는 셈이다.

또,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담보인정비율(LTV) 내에서 1년에 최대 1억원까지 가능한 생활안정자금 대출도 사실상 엉터리 심사가 많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말 그대로 의료비, 교육비, 생활비 등 긴급한 목적에 대한 것으로, 주택 구입 목적으로는 쓸 수 없게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목적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융권 현장에서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주먹구구로 심사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어디 있겠냐"며 생활안정자금을 실제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지 은행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사실상 주담대 한도만 나오면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8년 10월 25일부터 1주택자에 대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예외를 뒀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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