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한사코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이 2012년 대선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지사가 정치세력에 줄을 대려는 드루킹에 이용당한 측면이 있고 국정원 댓글 사건은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무거울 수 있다.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표차가 빅빙이었던 2012년과 문재인·홍준표 후보 격차가 17% 이상 벌어진 2017년 대선을 비교하면서 댓글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선거 국면에서 여론 조작은 민심을 왜곡하고 공정성을 흔드는 중대 범죄라는 본질은 같다. 국정원 댓글 조작을 두고 “국기문란 범죄이고 정통성과 관련한 중대 사안”이라고 했던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의 호된 비판은 드루킹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도 이번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유감이든 사과든 입장을 표명해야 마땅하다.
내년 3월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여야 주자들은 이번 판결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경기도 유관기관 임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방하는 자료를 공유하면서 총공격을 당부한 것과 관련해 이 전 대표 측은 국정원의 댓글 공작을 연상케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유튜브 공간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를 겨냥한 ‘쥴리 논란’이 거세다. 흑색선전과 가짜뉴스, 음해성 폭로로 여론과 민심을 입맛대로 움직이려 한다는 점에서 댓글 조작 경계를 넘나드는 행태들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위상은 정치권에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참여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매개체가 되자만 잘못 쓰면 여론을 조작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독이 된다. 적어도 대선주자라면 온라인 공간이 정치 발전에 독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