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자녀 동원해 처제 아파트값 올렸다…억대 이득 챙긴 공인중개사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거래 71만건 전수조사해 12건 적발

공인중개사, 보조원 등 개입해 시세조종

일부 단지 자전거래 이후 아파트값 급등

다만 전체거래에서 위반사례 소수 지적도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전거래에 허위계약, 탈세까지….'

시중에서 제기된 아파트 실거래가 조작 의혹이 실제 다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사 결과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분양대행사 직원 등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허위거래를 통해 억대의 부당한 이익을 얻은 사례도 처음 확인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실거래가 띄우기로 아파트값이 기존 대비 54% 오르기도 하는 등 시장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22일 내부 조직인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통해 실시한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획단은 계약 해제 시 신고가 의무화된 지난해 2월21일부터 12월31일까지 이뤄진 71만여건의 아파트 거래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해 잔금지급일 이후 60일이 지나도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하지 않은 '허위계약' 의심 사례 2420건을 확인했다.

정부는 서울 등 규제지역 내에서 특정인이 반복해 다수의 신고가(新高價) 거래에 참여한 후 이를 해제한 821건을 대상으로 추가 실거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69건의 법령 위반 의심사례를 확인했으며, 특히 이 중 자전거래와 허위신고로 의심되는 12건의 거래도 적발했다.

허위신고에 자전거래까지
이번 조사에서는 공인중개사 등이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거짓으로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꾸며 시세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A중개사의 경우 지난해 6월 시세 2억4000만원인 처제의 아파트를 딸 명의로 3억1500만원에 매수신고를 한 뒤 9월 해제하고, 11월 또다시 아들 명의로 3억5000만원에 매수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딸과 아들 모두 계약서가 없었고, 계약금도 수수하지 않았다. 이후 A중개사는 해당 아파트를 제3자에게 3억5000만원에 중개를 했고, 처제는 시세보다 1억1000만원 많은 이득을 얻었다. 국토부는 아들이 계약이 이뤄지자 종전 거래를 즉시 해제한 것으로 비춰봤을 때 자전거래로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중개보조원, 분양대행사도 가담
B중개보조원의 경우 지난해 9월 시세 5000만원인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7950만원에 매수신고를 한 뒤 같은달 제3자에게 같은 가격에 중개를 했다. 계약이 이뤄지자 자신의 종전 거래는 해제했다. B보조원의 허위계약으로 집주인은 한달만에 시세보다 2950만원 많은 추가 이익을 얻은 셈이다. 국토부는 이들 행위 모두 자전거래와 허위신고에 따른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

분양대행사 직원의 허위거래 가담 정황도 드러났다. 분양대행사가 소유한 시세 2억2800만원의 아파트 2채를 이 회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각각 2억9900만원과 3억400만원에 신고가 매입을 한 뒤 제3자 2명에게 비슷한 가격으로 매도해 시세보다 1억3000만원 많은 이익을 얻는 방식을 사용했다. 사내이사와 대표 모두 역시 계약서가 없었고 계약금도 수수하지 않았다.

아파트값 최대 54% 오른 곳도
국토부 조사 결과 자전거래로 아파트값이 급등한 사실도 확인됐다. 남양주 D단지의 경우 자전거래 이후 현재까지 이뤄진 28건의 거래에서 가격이 평균 17% 정도 올랐다. 청주 E단지와 F단지는 자전거래 이후 아파트값이 각각 약 54%, 29% 올랐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에서 위법행위가 만연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엄중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허위신고 의심거래 2420건과 법령 위반 의심사례 69건에 대해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고 탈세 의심건은 국세청에 통보해 추징 절차를 밟게 할 예정이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교란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체 거래 규모에 비해 적발 규모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적발된 허위신고 의심거래 2420건과 법령위반 의심사례 69건을 각각 전체 거래 71만건으로 나눠보면 약 0.34%와 0.009%"라며 "시장 교란 행위는 당연히 사회악이지만 이것이 주택 가격 상승과 전세난 등의 문제를 초래한 원인이라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