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제와서 올림픽 발뺀다…日 뒤집은 '아베 마리오'의 배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베 전 총리, 개회식 참석 보류 결정

"긴급사태, 무관중 경기 상황 고려"

자민당 의원들도 비판받을까 고민

개회식 참석자 천명 이내 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일본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런 여론을 의식해 일본 정·재계 인사들이 앞다퉈 개회식 참석을 보류하고 있다. 대회 유치의 주역이자 초유의 '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마저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앙일보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폐회식에 수퍼 마리오 복장을 하고 등장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NHK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3일 열리는 개회식 참석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전날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당초 참석이 결정돼 있었으나 도쿄에 코로나19 긴급사태가 선언되고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는 점 등을 고려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부터 1년 연기까지 모든 과정을 결정해 온 아베 전 총리의 개회식 불참에 대해 '이제 와 발을 빼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쿠시마는 통제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연설을 직접 해 대회를 유치했고,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폐막식에는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등장해 도쿄올림픽을 세계에 알렸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사상 최초인 '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한 것도 그다. "부흥올림픽",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한 증거로서의 올림픽" 등의 캐치프레이즈도 모두 아베에게서 나왔다. 심지어 그는 이번 달 초 발매된 극우 성향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반일(反日)적인 사람들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사진 찍히면 큰일 난다"



아베 전 총리뿐 아니라 집권 자민당 내 유력 의원들도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망설이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21일 전했다. 정부의 올림픽 강행에 부정적인 여론이 점점 높아지자 올가을 선거를 앞둔 의원들이 '개막식 참석으로 표가 떨어져 나갈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에 "객석에 앉아있다가 사진이 찍히기라도 하면 분명 비판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림픽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웠던 야당 입헌민주당, 공산당 등은 당 대표들조차 개회식에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21일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상공 위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의 에어쇼가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3일 오후 8시부터 열리는 개회식에는 국외 인사 800명, 국내 인사 150명 등 총 9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개회식이 열리는 도쿄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올림픽 주경기장)의 정원은 총 6만 8000명이다.

일본에서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명예 총재를 맡고 있는 나루히토(徳仁) 일왕을 비롯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조직위 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앞서 도요타자동차, 파나소닉 등 이번 올림픽의 최고 등급 후원사(월드와이드 파트너) 경영자들은 연이어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일본을 찾는 각국 정상급 인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을 포함해 15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질 여사는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22일 일본에 도착했다.

중앙일보

질 여사가 22일 일본 도쿄 외곽의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관계자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쿄 확진자 올림픽 중 3000명까지 증가"



한편 올림픽을 코앞에 둔 도쿄의 코로나19는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22일 도쿄도에서는 지난 1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최대인 197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일본 전국에선 5397명이 신규 확진됐다. 올 5월 20일 5712명을 기록한 이후 63일 만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중앙일보

지난 17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은 20일 니혼TV에 출연해 도쿄도의 일일 신규 감염자 수가 올림픽이 진행 중인 8월 첫째 주에 역대 최다 수준인 3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