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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칼럼]세계인의 축제? 바이러스와 스캔들로 얼룩진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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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D-1'…현지 분위기는 '뒤숭숭'

코로나 확산에 선수와 시민 분리 '버블 방역' 체계 뚫려

성폭행과 추문 등 잡음 끊이지 않아 '어수선'

IOC와 日정부의 욕심이 빚은 무리한 강행

선수단 무사귀환이 최우선돼야

노컷뉴스

도쿄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항공뷰.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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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항공뷰.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23일 오후 8시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린다.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현지에서 전해오는 소식은 '축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더해 올림픽을 둘러싼 각종 추문과 사건이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인 듯싶다.

도쿄에서만 하루 1천 명을 훌쩍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는 3천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무토 토시로 사무총장이 개막 사흘을 남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림픽을 막판에 취소할 수 있다고 '깜짝 발언'을 했을까 싶다.

게다가 선수촌에 입소한 출전 선수와 대회 관계자 사이에서도 감염이 잇따라 현재까지 6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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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리타공항에 입국한 올림픽 관계자 및 취재진들이 서류 확인 및 코로나 검사를 위해 공항 내에서 대기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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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리타공항에 입국한 올림픽 관계자 및 취재진들이 서류 확인 및 코로나 검사를 위해 공항 내에서 대기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일본 정부가 그동안 공언해 온 '버블 방역' 즉 올림픽 선수와 관계자를 거품 안에 넣은 것처럼 일반 시민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성(性) 추문을 비롯한 각종 스캔들이 난무하고 있다.

개막을 사흘 앞두고 올림픽 개막식 음악을 책임진 오야마다 게이고 감독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란 사실이 불거져 물러났다.

지난 16일에는 신주쿠 국립 경기장의 관람석 통로에서 폐막식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올림픽 조직위 외국 아르바이트생이 일본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대신에 선임된 여성 인사인 하시모토 세이코 회장의 추태도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후 열린 뒤풀이에서 술에 취한 하시모토 회장이 남성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무리하게 키스하는 사진이 공개돼 성폭력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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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도시인 일본 도쿄의 확진자 수가 닷새째 1천명을 기록한 19일 일본 시민들이 시부야역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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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도시인 일본 도쿄의 확진자 수가 닷새째 1천명을 기록한 19일 일본 시민들이 시부야역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을 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있는데도 70% 가까운 일본 국민은 여전히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부르짖고 있는 '안심. 안전 올림픽' 공약을 믿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도쿄올림픽 후원사인 도요타 자동차가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올림픽과 관련된 TV 광고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일본 내 올림픽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신들의 시선도 곱지 않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9일 "부패와 성 스캔들, 코로나19 문제로 도쿄올림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타전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역시 "코로나 영향으로 일본 국민에게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올림픽 열기가 부정적"이라며 "도쿄올림픽은 실패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각국 정상급 인사 80명 이상의 방일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역대 올림픽 가운데 최저인 20명을 밑돌 것으로 보여 스가 총리의 '올림픽 외교'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결국 도쿄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제 욕심으로 밀어 붙인 탓에 개막을 하더라도 '세계인의 축제'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게 됐다.

IOC는 올림픽이 무산 될 경우 운영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방송 중계권료를 받을 수 없어서 강행을 원했고, 일본 자민당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밀어붙였다.

IOC와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증표로 주장하길 원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17일간의 일정조차 무사히 끝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노컷뉴스

21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김학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시합 전 잔디점검을 하고있다. 내일(22일) 이곳에선 한국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의 첫 경기(對 뉴질랜드 戰 )가 열린다. 이바라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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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김학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시합 전 잔디점검을 하고있다. 내일(22일) 이곳에선 한국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의 첫 경기(對 뉴질랜드 戰 )가 열린다. 이바라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선수단은 22일 오후 5시 뉴질랜드를 상대로 예선 첫 경기에 나서는 축구대표팀 '김학범호'를 시작으로 도쿄올림픽 공식 경기에 출격한다.

29개 종목, 23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있는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7개 이상을 따내 종합 순위 10위 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피땀을 흘리며 올림픽을 준비해 온 선수들은 관중도 없는 적막한 경기장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자신의 손으로 메달을 목에 걸어야 하고, 메달을 깨물 수도 없으며, 메달리스트들끼리 가운데 모여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없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모든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메달보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무사귀환'이 훨씬 더 기다려진다.

이순신 장군의 글에 빗댄 응원 현수막을 내린 뒤에도 도쿄 선수촌 근처에서는 우리 선수단을 겨냥한 혐한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더욱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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