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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400억 번 '개미의 신'···그는 카이스트 교수직을 버렸다 [별★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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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부캐릭터)'의 시대라고 하지만, 본업과 완전히 차별화 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부업, 겸업에 그치던 부캐가 종종 본업인 ‘본캐’가 되는 사람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김봉수(62) 전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는 시대를 앞선 캐릭터다. 2019년 본캐인 교수를 사실상 버렸다. 부캐였던 주식 투자자를 본캐로 삼으면서….

2005년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그는 여러 종목에서 10배 넘는 수익을 냈다. 말그대로 ‘슈퍼개미’가 됐고 2010년대 중반 400억원을 운용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그는 최근에는 페이스북으로 개미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전업 투자자로 산다. SNS에서 “합리적인 추론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극단론자”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교수에서 투자자로 변신한 그를 지난 8일 대전시 자택 근처에서 만났다. 증시 거래 정규시간(오후 3시 30분)이 끝난 직후였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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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퇴직하니 어떤가.



A : 생각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한 달 내내 그것만 몰입할 수 있어 좋다. 교수를 좀 더 빨리 그만뒀어야 했나. 최근에는 미·중 패권 전쟁과 코로나19 이후의 미래 예측에 집중했다. 2017년 휴직, 2019년 퇴직했으니 5년쯤 된 거다.

Q : 노벨상을 꿈꾸다 자녀 교육비 때문에 주식을 시작했다던데.

A : 우리 시대에는 사회가 노벨상을 강요한 면이 있다. 사회는 의대보다 과학자를 추천했는데 이공계를 택한 이들은 지금 많이 후회한다. 또 교수 일이 힘들어 딸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20년 간 주말 없이 자정까지 일하며 석·박사 학생들을 졸업 시켰다. 그렇게 살다 48세에 경제적 이유로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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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전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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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과거 기사 보니 500억원을 운용한다고 나오는데 지금은 어떤가.



A : 순 자산은 아니고 그 정도 운용했다. 2018년부터 트럼프가 중국을 공격해 가치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나도 손실이 컸지만 수익률보다 내 예측대로 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작년 3월 이후 세상과 시장이 예측대로 흘렀다. 이전에는 계좌가 줄면 몸무게가 줄었는데 요즘 아주 잘 회복하고 계좌도 극복했다.

Q :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삶은 어떤가.

A :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게 제일 좋다.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쓴다. 생각이 업인 사람은 돈 얼마 안 쓴다. 클래식 바이올린 협주곡들과 몽블랑 만년필을 좋아한다. 퇴직하고 좋은 건 소설을 맘껏 읽는 것.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소설가 김정환 전집을 퇴직하고 나서 읽었다. 올해 주식이 많이 올라 음악 들을 여유가 생겨 최근에는 36년 만에 오디오를 바꿨다.

Q : 투자 철학이나 종목선택법은.

A : 바둑을 둘 때 판세가 진행되면 우열이 가려진다. 박빙인 게임도 있고 대마가 죽어 한쪽이 망한 게임도 있다. 투자는 압도적인 승패에 베팅하는 거다. 그런 게 보이는 산업, 종목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경영자를 잘 살핀다. 돈 잘 버는 천재들이 있다. 재무제표만으로는 알 수 없고 스티브 잡스 같은 남다른 점들이 보이는 이들.

Q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 실은 주식은 유전자가 중요하다. 우사인 볼트가 잘 달리는 건 유전자 덕이다. ‘운7기3’이 아니라 ‘운9기1’이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건 10%인데 그거라도 최대한 노력해봐야 한다. 투자는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기다리는 게 정말 어렵다. 일종의 단거리 경주인 단타 투자는 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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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자택 근처에서 만난 김봉수 전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여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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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메신저 알림말이 "Good time to invest"인데 지수가 이미 많이 오른 거 아닌가.

A : 돈이 코로나 이전보다 두 배 이상 풀렸다. 아직 해 뜨기 직전이라고 본다. 작년 3월에 V자형 반등을 예측했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이전처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가는데 물동량이 늘어나는 해운, 또 조선을 좋게 봤다. 다만 해운은 레버리지로 움직여 조선주가 낫다고 본다. 사람들은 2~3개월을 보지만 나는 장기적으로 본다. 잘 기다리는 사람이 챙겨간다.

Q : 오른 종목은 언제 파나.

A : 가치주에 사서 테마주일 때, 남들이 흥분하고 파티할 때 판다.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치보다 3배쯤 올랐을 때다. 위기와 폭등은 연결됐다. 이때 엄청난 돈이 오간다. 의연하게 기다리는 쿨한 이들에게 큰 보상이 온다. 상한가 맞아 흥분할 때 냉철하게 파는 사람이 쿨한 사람이다. 훈련으로 흥분 정도를 약화시킬 순 있는데 아주 힘들다.

Q : 공부 잘하는 사람이 투자도 잘하나.

A : 주식 잘하는 건 영어 수학 잘하는 법과 비슷한데 보상의 차원이 다르다. 서울대, 카이스트 나왔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주식에서 유연성이 부족하더라. 머리는 기껏해야 30% 차이다. 집중력이 중요하다. 부족한 만큼 더 공부하면 된다. 공부법은 이미 세상에 많이 나왔다. 나는 트럼프한테 계좌가 박살 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좋은 책에 나온 말들이 다 맞더라.

Q : 최근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도 많은데 참고하나.

A : 안 본다. 유튜브는 지식의 홍수에서 색인, 속독, 분류가 어렵다. 또 좋은 정보는 그런 곳엔 없다. 주식 유튜브는 영업과 마케팅, 예능이다. 다만 책은 읽기 어렵지만, 유튜브는 그냥 보면 되니까 초심자들에게는 유익할 수 있다고 본다.

Q : 암호화폐 투자는 하나. ‘빚투’는 어떻게 보나.

A : 암호화폐는 과거 튤립 같은 사기고, 유사종교나 다름없다고 본다. 자본주의는 원래 부채로 투자하는 게 필연적이지만, 부채는 위험하다. 안전하게만 살면 너무 지루하니까 해볼 수는 있다. 다만 그 위험은 모두 당신 몫이다.

Q : 인생 목표가 있다면.

A : 지루하지 않게 살고 싶다. 다만 지루하면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 코로나 이전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 코로나가 끝나면 누구나 여행을 가고 싶어한다. 보복적 소비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조선업을 좋게 보는 이유도 이거다. 또 환경 이슈도 있으니까. 종목은 얘기하지 않는다.

그는 "돈을 더 쓸 곳은 없지만, 돈은 계속 벌고 싶다"고 했다. 교수 시절 성과를 얘기할 때보다 시장과 세상을 예측할 때 그는 더 진지했다. 때론 소년처럼 신난 것 처럼 보였다. "주식 투자는 자신에게 필연이고 전쟁"이라는 그는 매일 즐겁고 비장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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