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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백신예약 완료” 문자 보낸 질병청, 다음날 “오류였다, 귀하 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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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질병관리청 코로나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은 "19일 오후 8시 30분~10시 사이에 접수된 예약에 대해 예약 완료 문자가 오발송됐다"며 "미완료된 예약이니 재예약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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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53)씨는 지난 19일 밤 9시쯤, 질병관리청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사이트에서 백신 사전 예약에 성공했다. 휴대전화에는 “8월 16일 예약이 완료됐다”는 질병청 코로나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의 문자 메시지도 도착했다. 기쁨은 하루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11시쯤, 다시 문자메시지가 왔다. 전날 보낸 예약 확인 문자는 잘못 발송된 것이며 박씨의 예약은 `미완료`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20일 오후 6시까지 다시 예약해야 했다.

질병청은 21일 조선닷컴 취재에서,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예약 사이트가 `먹통`이 됐던 19일 오후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시스템 서버는 중단 상태였다”며 “이 시간에는 예약 진행이 완료될 수 없었음에도 일부 대상자들에게 `예약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발송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시간대는 접속자 쏠림으로 인해 접속이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아, 클라우드 서버를 긴급 증설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예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시간대 예약 문자가 발송된 대상자 전원에게 `오발송`이라는 안내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이른바 ‘꼼수 예약' 기술은 무력화됐다. 당시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 장애가 발생한 시간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우회 경로, 이른바 `꼼수`로 예약에 성공했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왔다. 휴대전화의 비행기모드를 사용한다거나 컴퓨터의 날짜를 변경하는 방법 등이었다. 이를 소개한 글에는 “따라 했더니 나도 예약에 성공했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결국 이들의 예약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셈이 됐다.

하지만 박씨 등 일부 예약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박씨는 조선닷컴에 “분명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예약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일을 당한 경험담들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어제 8시부터 사이트창 들어가서 1시간 51분 기다림 끝에 9시 51분에 예약 완료했는데 아까 예약 취소 문자 받았다”며 “허탈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박씨가 다시 예약하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하자 이미 자신이 원하는 날짜의 예약이 모두 완료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 8월 16일에 백신을 맞기로 예약했던 박씨는 일주일 뒤인 8월 23일에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시스템이 불안정해 예약이 안 된 건 이해하겠다”며 “예약이 된 걸 일괄 취소해버리고, 원하지 않는 날짜에 예약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고객센터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나의 잘못이 아닌 시스템 문제로 취소시켰다면 최소한 내가 원하는 날짜로 예약을 복구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50~59세 연령층 전체의 사전예약이 21일 오후 8시부터 다시 시작된다. 질병청은 “그간 새로운 예약을 개시할 때마다 많은 대기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국민께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접속 지연으로 많이 기다려야 하는 개통 직후 시간대는 피해주시고 가급적 여유를 두고 예약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전예약에 불편이 없도록 시스템을 지속해서 보완할 계획”이라며 “접종을 희망하시는 모든 분이 안심하고 접종하실 수 있도록 예방접종과 관련한 모든 부분에서 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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