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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서둘러 달라 한 게 큰 잘못인가요?"…'별점 1점' 식당 호텔 벌벌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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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배달업체 관계자가 배달할 음식을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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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한 펜션을 운영하는 A씨. 그는 최근 수시로 예약 플랫폼에 들어가 리뷰와 별점(평점)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부정적인 리뷰가 달리면 예약 건수에 악영향을 미치는데다 낮은 별점이 한건이라도 있으면 전체 평점이 크게 깎이는 탓이다.

A씨는 "최근 한 유아를 동반한 가족에게 퇴실요청을 했다가 별점 1점에 악평이 달렸다"며 "리뷰를 보니 아이가 자는데 주인이 깨웠다고 적어놨던데, 이미 체크아웃 시간을 30분이 넘어 다음 손님을 위해 조금 서둘러 달라는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음식 배달앱에서 촉발된 '별점 테러' 공포가 숙박이나 택시 플랫폼 등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손님들의 리뷰 하나에 매출이 영향을 받는 업주나 택기 기사들은 악성 리뷰와 고객의 갑질에도 속앓이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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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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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평가' 도대체 뭐길래
별점 평가란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각종 플랫폼 서비스에서 이용하는 평가 표준 말한다. 대표적으로 음식점, 숙박, 택시 관련 플랫폼에서 별점 평가를 이용하는데 통상 5점 만점을 기준으로 별을 다섯개 표시한다. 업체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점수는 높아지고 별의 갯수가 많아지는 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별점 평가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다. 별점 평가 덕분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식당이나 숙박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다. 별점 평가의 순기능이다.

그러나 별점 평가의 역기능이 만만치 않다. 일부 고객이 악의적으로 남긴 별점으로 업주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거나 다른 소비자까지 잘못된 정보로 호도되는 것이 별점 평가의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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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서 배달업체 배달 오토바이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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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악성 리뷰에 우는 사장님들…대책은


최근 '별점 테러'로 한 김밥가게 점주가 사망한 사건은 별점 평가 부작용에 경종을 울렸다. 쿠팡의 모바일 배달앱 쿠팡이츠로 새우튀김을 주문한 소비자는 음식을 주문했다가 튀김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별점 1점을 주고 매장에 항의를 했다. 무리한 환불 요구와 막말에 시달리던 음식점 주인은 뇌출혈로 쓰러진 뒤 결국 사망했다.

별점 평가를 악용하는 소비자들은 대개 평가를 빌미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의 경우 서비스를 더 해달라거나 값을 깎아달라 혹은 아예 다 먹은 음식을 환불해 달라는 식이다.

숙박업도 마찬가지다. 숙박업을 운영하는 B씨는 "정말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아 숙박료를 못낸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소비자가 정말 나쁜 마음으로 먹고 악성 리뷰를 달면 휴가철 성수기 몇 달치 장사를 접어야 하는 수가 생겨 웬만하면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의 갑질에도 맞대응은 커녕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리뷰가 안 달리는 게 차라리 장사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별점테러로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아지자 배달 플랫폼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새우튀김 사건 공론화 직후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리뷰에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는 한편, 악성 리뷰 노출 차단을 위한 신고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에서는 이미 리뷰 검수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가운데 만약 악성 리뷰에 대한 점주 항의가 접수되면 해당 리뷰를 1개월간 비공개로 처리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8일부터 가게 리뷰에서 '별점'은 빼고 '키워드'를 추가했다.

키워드 평가란 "음식이 맛있어요" "매장이 청결해요" "직원들이 친절해요" 등 별점 대신 키워드로 가게를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는 카페와 식당 업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지만,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면 별점 리뷰를 완전히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별점 낮으면 멤버십 박탈?…택시기사들 '별점 노예' 우려


각종 배달앱의 별점 평가 시스템이 자영업자들의 골칫거리가 된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택기사들의 비난 역시 거세다. 승객이 매긴 별점을 기준으로 배차 혜택여부를 가르겠다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밝히면서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오는 22일부터 승객에게 낮은 별점을 받은 카카오택시 기사는 배차 혜택을 받지 못한다. 좋은 배차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유료 멤버십 가입 여부를 별점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이같은 결정에 배달앱에서 논란이 된 '별점 테러' 현상이 택시 플랫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60대 택시기사 전 모씨는 "택시기사들은 이미 낮은 별점을 피하려고 술에 취한 승객의 폭언을 참거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이런 상황에서 별점 영향력이 더 커진다고 하니 정말로 별점이 내 밥줄을 죌 것 같다"고 걱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와 관련 별점 평가의 용도나 이용자들의 행태가 배달앱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즉, 일반적인 커머스 앱과 달리 카카오택시는 이용자가 기사의 평점을 보고 택시를 부르지 않는다는 점, 또 별점 평가가 기사의 호출빈도를 좌우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물론 배달앱에서와 같은 별점 테러가 나타날 순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별점의 평균을 내는 것이고, 기사님이 (별점 관련) 소명할 일이 있다면 그 부분 역시 평가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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