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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밤 자영업자들의 집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한 시민이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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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5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80%에게 지급할 것이냐, 전 국민에게 지급할 것이냐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싸우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80%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0%를 주장합니다.
100%든 80%든 그 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딱히 손해 본 게 없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오히려 경제적 이득을 본 사람들도 있습니다. 5차 재난지원금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80% 지급은 소득 재분배 효과는 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재난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나라가 시키는 대로 영업권을 포기하고 영업장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였는데 국가가 그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습니다. 몇 차례 약간의 지원금을 준 게 전부입니다.
보상의 근거가 될 법이 없어서 못 준다고 하더니 법을 만들고서는 소급 적용은 할 수 없어 과거의 손실을 보상할 수 없다고 합니다. 법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건가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건가요? 정부의 설명이 오락가락하며 달라집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개인이 감내해야 할 불행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국가는 개인의 행복과 불행이 최대한 운에 좌우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 의무를 안고 있습니다. 우연이 국가 구성원들의 운명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손해는 단순한 운의 문제만도 아니었습니다. 시민들이 방역 때문에 자발적으로 밥ㆍ술ㆍ커피를 덜 사 먹기도 했지만 국가가 행정력으로 영업에 제한을 가했습니다. 헌법 23조 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법률로써 하되’는 방법에 대한 규정일 뿐이고, 핵심은 ‘정당한 보상’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했으니 보상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 등에서 다 그렇게 했습니다.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어느 쪽이 이득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적 연금 시스템 밖에 있는 국민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자영업이 실직자나 퇴직자의 노후 보장 기능을 담당해 왔습니다. 치킨집, 커피숍이 즐비한 이유입니다. 자영업자들이 파산하면 상당수는 사회보장 체계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해서 먹고살던 사람들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게 되는 겁니다. 정부가 그물을 찢고서는 새 그물 살 돈을 주지 않아 내내 생선 받아먹는 사람을 만드는 꼴입니다.
지금의 팬데믹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대유행이 몇 차례 더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계속 요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이 행정 명령에 집단 불복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젯밤 서울 여의도에 모인 자영업자들은 불복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손실을 보상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선은 이번 5차 재난지원금으로 쓰려고 계획한 33조원이 있습니다. 지금 소비 촉진용으로 ‘캐시백’ 지원금 뿌릴 때는 아니지 않습니까? 전 국민에게 20만원씩, 또는 80%에게 25만원씩 나눠주면 살림에 큰 보탬이 됩니까?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따릅니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이 왜 자영업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분석한 중앙일보 기사를 보시죠. 빚 내서 빚 갚으며 버티다 한계에 봉착한 이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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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 Review] 자영업자 부채 832조…빚내서 빚갚는 상황도 한계 부딪혔다
서울 성동구에서 18년간 식당을 운영한 성모(56)씨는 지난달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 5월 3000만원을 빌린 데 이어 두 번째 받은 대출이다. 이번에 받은 대출금은 임대료와 기존 대출 이자를 내는 데 사용하고 있다. 성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들어 빚을 내 빚을 갚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7월 들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거리두기가 강화돼 이런 희망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832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부채의 폭발력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 사실상 통금 수준인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데다,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245만6000명이 받아간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이다. 개인사업자 대출(541조원)과 가계대출(290조8000억원)을 합친 수치다. 국내 기업과 가계대출의 27.1%를 차지한다. 한은이 자영업자 대출 통계를 모은 2012년 이후 최대치다. 자영업자는 사업자등록을 한 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거나, 개인 자격으로 가계대출을 낼 수 있다.
증가 속도와 대출의 질이 규모보다 더 걱정스럽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에만 1년 전보다 18.8% 늘었다. 2012년 이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9.5%)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또 여가(31.2%), 도소매(24.2%), 숙박음식(18.6%) 등 코로나19의 매출감소 충격을 받은 업종의 빚이 빠르게 늘었다.
대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 증가율은 16.2%다. 저축은행·카드·대부업체 등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은 24.4%였다. 비은행권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다. 그 결과 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36조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3조6000억원으로 1년 만에 7조원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자영업자 중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기업대출 중 다중채무자는 2018년 11만2000명(대출액 87조원)→2019년 12만8799명(101조원)으로 완만히 증가하다 지난해 말 19만9850명(129조원)으로 폭증했다.
한은도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고금리대출 비중도 커지며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빚을 갚을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20년 3월 195.9%에서 지난해 말 238.7%까지 악화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태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도 9160원(5.1% 인상)으로 오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상황의 정상화를 상정하고 정한 수치”라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출은 줄어드는 데 비용 부담이 커지면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도 변수다. 금융연구원은 단기대출 관련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갈 경우 자영업자들의 추가 이자 부담을 3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돈을 빌릴 길도 막히고 있다. 이달부터 가계대출에 강화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면서다.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경우가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84%를 차지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규제는 가계대출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사업자대출에는 영향이 없다”면서도 “사업자대출을 더는 받을 수 없는 자영업자가 가계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마땅치 않아졌다”고 말했다.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숨겨진 부실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24%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된 2020년 5월 연체율(0.35%)보다 떨어졌다. 대출 총량은 늘어난 반면, 오는 9월 만료되는 대출 만기 연장과 원금 및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로 연체 금액이 줄어서 생긴 착시 효과다.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상환 유예 지원금액은 지난달 기준 204조2000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제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만기연장 등의 조치가 계속되며 부실이 누적돼 부채의 폭발력이 더 커졌다”며 “더 심각해지기 전에 옥석 가리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환 시점을 조정하거나 분산시키는 등 연착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이자조차 못 내는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종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가 정상화된 뒤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자영업자 문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단순히 빚을 늘려주는 금융정책 외에 재정정책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이상언 기자 lee.sang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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