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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View & Review] 자영업자 부채 832조…빚내서 빚갚는 상황도 한계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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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대출액 9년래 최대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 24% 넘어

금리 1%P 오르면 추가 이자 3.6조

“상환시점 조정 등 연착륙 지원을”

서울 성동구에서 18년간 식당을 운영한 성모(56)씨는 지난달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 5월 3000만원을 빌린 데 이어 두 번째 받은 대출이다. 이번에 받은 대출금은 임대료와 기존 대출 이자를 내는 데 사용하고 있다. 성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들어 빚을 내 빚을 갚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7월 들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거리두기가 강화돼 이런 희망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832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부채의 폭발력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 사실상 통금 수준인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데다,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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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별 대출 증가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245만6000명이 받아간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이다. 개인사업자 대출(541조원)과 가계대출(290조8000억원)을 합친 수치다. 국내 기업과 가계대출의 27.1%를 차지한다. 한은이 자영업자 대출 통계를 모은 2012년 이후 최대치다. 자영업자는 사업자등록을 한 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거나, 개인 자격으로 가계대출을 낼 수 있다.

증가 속도와 대출의 질이 규모보다 더 걱정스럽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에만 1년 전보다 18.8% 늘었다. 2012년 이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9.5%)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또 여가(31.2%), 도소매(24.2%), 숙박음식(18.6%) 등 코로나19의 매출감소 충격을 받은 업종의 빚이 빠르게 늘었다.

대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 증가율은 16.2%다. 저축은행·카드·대부업체 등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은 24.4%였다. 비은행권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다. 그 결과 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36조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3조6000억원으로 1년 만에 7조원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자영업자 중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기업대출 중 다중채무자는 2018년 11만2000명(대출액 87조원)→2019년 12만8799명(101조원)으로 완만히 증가하다 지난해 말 19만9850명(129조원)으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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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대출 증가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은도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고금리대출 비중도 커지며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빚을 갚을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20년 3월 195.9%에서 지난해 말 238.7%까지 악화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태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도 9160원(5.1% 인상)으로 오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상황의 정상화를 상정하고 정한 수치”라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출은 줄어드는 데 비용 부담이 커지면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도 변수다. 금융연구원은 단기대출 관련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갈 경우 자영업자들의 추가 이자 부담을 3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돈을 빌릴 길도 막히고 있다. 이달부터 가계대출에 강화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면서다.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경우가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84%를 차지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규제는 가계대출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사업자대출에는 영향이 없다”면서도 “사업자대출을 더는 받을 수 없는 자영업자가 가계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마땅치 않아졌다”고 말했다.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숨겨진 부실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24%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된 2020년 5월 연체율(0.35%)보다 떨어졌다. 대출 총량은 늘어난 반면, 오는 9월 만료되는 대출 만기 연장과 원금 및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로 연체 금액이 줄어서 생긴 착시 효과다.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상환 유예 지원금액은 지난달 기준 204조2000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제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만기연장 등의 조치가 계속되며 부실이 누적돼 부채의 폭발력이 더 커졌다”며 “더 심각해지기 전에 옥석 가리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환 시점을 조정하거나 분산시키는 등 연착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이자조차 못 내는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종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가 정상화된 뒤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자영업자 문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단순히 빚을 늘려주는 금융정책 외에 재정정책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안효성 금융팀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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