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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법무부, 수사관행 개선 방안 마련…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개정키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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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관련 민원사건 처리 과정 문제점 드러나"

아시아경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과천=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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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김대현 기자] 법무부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에 대해 대검과 합동감찰을 벌인 결과 부적절한 수사관행과 절차적 정의 침해를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의 부적절한 관행 개선을 위해 사건 배당과 수사팀 구성 원칙을 마련하고, 기소 후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내용을 기록한 뒤 보존하기로 했다. 또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일부 공개 제한을 완화하는 한편, 수사 동력을 얻기 위한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1동 법무부 7층 대회의실에서 '한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직접 발표자로 나섰다. 법무부에서는 구자현 검찰국장과 류혁 감찰관, 임은정 감찰담당관, 박현주 대변인이 배석했고 대검에서는 한동수 감찰부장과 민영현 감찰정책연구관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브리핑을 시작하며 "오늘 합동감찰 결과 발표를 통해 우리 검찰이 과거와 단절하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검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합동감찰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사건서 부적절한 수사관행, 관련 민원사건 처리 과정서 절차적 정의 침해 확인돼"
법무부는 이번 합동감찰의 착수 배경에 대해 한 전 총리 사건에서 부적절한 수사관행이 확인됐다는 점과 한 전 총리와 관련된 민원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의 침해를 들었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용자 반복소환, 수사 협조자에 대한 부적절한 편의 제공, 일부 수사서류 기록 미첨부 등 부적절한 수사관행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절차적 정의 침해와 관련해서는 2020년 4월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민원이 접수됐는데,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검이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사건을 재배당해 조사에 혼란을 초래하고 사실상 주임검사를 교체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조사를 개시, 올해 2월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 발령을 받고 조사한 뒤 재소자 증인들을 입건하려고 하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주임검사를 감찰3과장으로 지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3월 대검이 소수 연구관들로 회의체를 구성해 관련자들의 무혐의를 결정하자 박 장관이 수사지휘를 통해 대검 부장회의에서 검토할 것을 지시했는데, 회의 종료 직후 특정 언론에 구체적인 회의 내용이 보도된 것 역시 절차적 정의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은 브리핑 직후 취재기자들과 가진 질문답 과정에서 "한 전 총리 사건 관련해 당시 수사팀의 재소자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혐의가 확인됐느냐'는 질문을 받고 "모해위증 혹은 교사의 실체적 혐의에 대해서는 절차적 과정에 아쉬움은 있지만 이미 대검이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제가 수사지휘를 내렸고, 그에 따라 대검 부장회의 통해 결론을 내린 바 있어 이번 합동감찰에서 모해위증 혹은 교사의 실체적 혐의 유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시작된 합동감찰에서 법무부는 검사 직접수사 관행 개선안 발굴을, 대검은 한 전 총리 사건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수사관행 진상 파악을 각각 담당했다고 박 장관은 전했다.

이후 법무부와 대검은 4번에 걸친 연석회의를 통해 합동감찰의 진행 방향을 공유하며 한 전 총리 사건 외에도 과거 주요 검사 직접수사 사건들을 검토했고, 법원 판결과 검찰의 불기소결정, 논문, 해외사례들을 수집해 참고했다고 박 장관은 밝혔다.
첫 번째 개선 방안-사건 배당과 수사팀 구성 원칙 마련
법무부가 이번 합동감찰을 통해 마련한 개선방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배당과 수사팀 구성 원칙 마련 ▲기소 후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내용 기록 및 보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 등 세 가지다.

먼저 박 장관은 사건 배당과 수사팀 구성의 원칙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모씨는 '한만호 사건은 검찰의 공작으로 날조된 것으로 상상할 수 없는 추악한 검찰 비위와 만행이 저질러졌다'는 취지의 민원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검사의 비위를 지적하는 것이지 본인의 인권을 보호해달라는 취지가 아니였기 때문에 애초 법무부가 사건을 대검 감찰부로 이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사건을 대검 인권부로 재배당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다. 또 임은정 당시 감찰정책연구관이 관련자들을 모해위증 혐의로 입건하려고 하자 주임검사를 새로 지정한 것 역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향후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검 각 부별 업무분장을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검사의 비위가 사소한 절차 위반이나 경미한 실수로 취급되는 등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대검 내에서의 사건 배당이나 대검에서 일선 검찰청으로 사건을 배당할 때의 기준을 정립하겠다는 것. 가령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할의 기본 원칙인 토지관할 원칙을 준수하고 수사팀은 사건을 배당받은 검찰청 소속 검사들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방침이다.

지휘권자가 자의로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 결과에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는 현행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지청장이 갖고 있는 검사 직무의 위임·이전·승계 조항과 충돌돼 법 개정 없이 강행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청법 제7조의2(검사 직무의 위임·이전 및 승계) 1항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 2항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 개선 방안-기소 후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내용 기록 및 보존
박 장관은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내용을 의무적으로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총리 사건의 수사기록을 보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이 예정된 참고인들이 검찰에 총 100여회 이상 소횐돼 증언할 내용 등에 대해 미리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이 과정에서 일부 증인의 경우 새벽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고, 재소자 증인들에게 외부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이나 통화는 물론 수감중인 가족이 시설이 좋은 서울구치소에 있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부적절한 편의가 제공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런 식의 반복 소환과 조사는 부적절한 증언 연습으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증인의 기억이 오염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가 객관의무를 위반해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공소유지에 불리한 참고인 진술을 청취하고도 기록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장관은 내년 1월부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공소유지를 위해 검사가 합리적 범위 내에서 참고인을 사전에 면담할 필요성이 커진 만큼, 검사의 증인에 대한 사전접촉을 최소화하되 면담 내용을 의무적으로 기록·보존하게 하는 등 방법으로 면담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개선 방안-'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 수사정보 유출에는 엄정 대응키로
마지막으로 박 장관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법무부 훈령으로 제정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지나치게 금지 범위가 넓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규정 개정을 통해 공개 범위를 일부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전제로 공식적인 공보 범위를 확대하되 수사 단계별로 세분화해 공개의 요건과 범위를 설정하기로 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공소제기 전 단계를 ▲수사의뢰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소환조사 ▲체포·구속 등 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에서의 공개 범위가 상이하게 정해진다.

박 장관은 예외적으로 기소 전에 형사사건에 대한 공보를 하는 경우, 이에 대한 피의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자나 피의자의 법정대리인, 변호인 등의 반론 요청이 있는 경우 심의를 거쳐 형사사건에 대한 정보 공개와 동일한 방식·절차를 통해 반론 내용을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거나 신고가 없더라도 직권으로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조사 결과 수사팀의 범죄 혐의나 비위가 의심될 경우 수사나 감찰을 의뢰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특히 전문공보관 등 공보담당자에 의하지 않은 수사정보 유출이나 사건의 본질적 내용을 의도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해당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필수적으로 진상조사를 한 뒤 감찰에 착수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신설한다.

박 장관은 브리핑 과정에서 수원지검이 수사한 '김학의 출금 사건'(2937건),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한 '라임 사건'(1854건), 대전지검이 수사한 '월성 원전 사건"(1653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옵티머스 사건'(886건) 등을 수사동력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 의심 사레로 언급하며 이슈화 된 시점부터 3개월 동안의 포털사이트 뉴스 건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으로부터 '감찰 과정에서 이들 사건의 수사팀이 언론에 수사내용을 흘린 객관적인 정황이 확인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수원지검 사건과 대전지검 사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바는 없다"며 "당연히 감찰 대상도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언론보도 내용을 쭉 지켜봐왔고 이번 감찰 결과물로 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작업을 해서 그동안 언론에 나온 기사 내용들, 흐름들 그리고 당해 지검 공보관의 역할 등을 다 감안해서 적어도 제가 확정짓지는 않았습니다만 대체로 피의사실 유출과 관련된 기사가 아닌가 강력한 추정을 갖고 이 자료에 담았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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