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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자수첩]최저임금이 오르자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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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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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는 '여사님'들은 최저임금을 받는다. 경찰서마다 영양사 포함 4-5인이 구내식당에서 일하는데 이들은 경찰서 소속이 아니며 '경찰복지위원회' 법인 소속이다. 경찰서 식당이지만 소규모 영세 사업장처럼 운영된다.

최저임금이 급등한 건 2018년이다.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뛰었다. 이듬해 10.9% 올랐고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 내년에는 9160원이 된다. 덕분에 여사님들 월급도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영세한 식당 구조상 최저임금 상승을 감당 못하게 되자 경찰서 측은 다른 비용을 줄였다. A경찰서는 설날과 추석에 여사님들에 지급되던 상여금을 80만원에서 깎아 올해는 20만원까지 내렸다. 명절에 주던 약소한 선물세트를 생략하고 연차수당도 없앴다.

영양사 1인, 여사님 4인이 근무하던 구내식당은 여사님을 1명 줄였다. 4인 사업장이 되면서 근로기준법 적용이 없어지면서 졸지에 비정규직이 됐다. 그래도 4인 사업장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원래 4인이던 곳은 3.5인(파트타임 1인 포함)으로 줄이거나 아예 3명까지 줄인 곳이 생겼다. 경찰서당 여사님 1인~1.5인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조식, 중식, 석식을 하던 경찰서 일부는 석식과 주말배식을 없앴다. B경찰서가 최근 석식을 없앤 가운데 C경찰서도 오는 8월부터 인건비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석식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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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상승은 식당의 위생·안전 관리를 위해 고용된 영양사의 일자리마저 위협했다. 일부 경찰서는 일 8시간 근로 월 200만원 정도 받던 영양사에게 파트타임 전환을 제안했다.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으니 파트타임(일 4~6시간 근무)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서울 시내 경찰서 구내식당의 사례는 5인 내외 영세한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사례다. 4~5명 중 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3명 중 한명은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전환됐다.

이는 대부분의 소규모 사업장과 소상공인의 가게에서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5년간 거듭되면서 어쨌든 월급은 올랐다. 하지만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거나, 파트타임으로 전환됐다. 누군가는 월급이 올랐지만 다른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게된 것이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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