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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당장 문 닫을 판인데…최저임금위 “내년 경기회복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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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 포함 땐 시급 1만1003원

문 정부 통틀어 2690원 42% 뛰어

박근혜 때 1610원 33%보다 큰폭

인상폭 130~1060원 해마다 큰차

예측 가능성 떨어져 경영 대혼란

최저임금은 근로자로선 받아야 할 최저선이고, 고용주 입장에선 지불 능력의 하한선이다. 현 정부 들어 이 선을 무시하면서 노동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그 근거가 시장이 아닌 이념, 소득주도 성장인 탓에 시장은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지 갈팡질팡했다. 수요·공급 논리가 안 통하고, 돌파구는 오로지 청와대의 정책 변경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2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올린 시급 9160원으로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003원이다. 이 금액을 적용한 월급은 191만4440원, 연봉으로는 2297만3280원이다. 여기에 상여금이나 복지수당은 제외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는 이렇게 끝났다. 결산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됐다.

우선 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비교다. 일각에서 현 정부가 전 정부보다 최저임금을 덜 올렸다고 주장한다. 박 정부에서 평균 인상률은 7.4%였다. 문 정부에선 7.2%다. 얼핏 맞는 듯 보인다. 통계의 착시다. 최저임금은 복리 방식으로 계산해야 한다. 복리로 따진 인상액은 박 정부에서 연평균 402.5원 올랐다. 현 정부에선 이보다 33.7% 많은 538원씩 인상했다. 문 정부 임기를 통틀어 2690원, 41.6% 올랐다. 박 정부에선 1610원, 33.1% 인상됐다.

중앙일보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렇다면 경제가 좋았느냐. 박 정부 때는 경제성장률이 2.8~3.2%로 비교적 안정적 성장세였다. 현 정부에선 2.9%→2.2%→ -0.9%(2018~2020년)로 내리막을 내달렸다. 이 상황에 최저임금만 역주행시킨 것이다. 특히 박 정부 때 최저임금 상승 폭은 350~450원으로 좁았다. 반면에 현 정부에선 130~1060원으로 인상 진폭이 대형 지진급이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니 시장은 갈피를 못 잡았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1만원 달성 여부도 논란이다. 2018년 어수봉(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당시 최저임금위원장은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만으로 1만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해 4월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당시 16.4%나 올랐다. 어 전 위원장은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9036원으로 상여금이나 현금성 복지수당을 포함하면 1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상여금이나 수당을 뺀) 정액으로 계산하더라도 시급 8000원이 되면 주휴수당 포함해 시급 1만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2019년엔 정액으로도 공약을 달성한 셈이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14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목임금에 목을 매고 시장에서 통용되는 실제 받는 임금을 애써 무시한 탓이다.

부작용에 인상폭 줄이다 다시 올려

정부는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인상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2019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는 공익위원이 결정 기준까지 임의로 바꿨다. 기존 중위임금 대신 평균임금을 썼다. 그것도 8시간 풀타임 정규직의 평균임금을 채택했다. 상위 15% 안팎의 고임금을 기준점으로 삼으며 최저임금이 아닌 최고임금을 조준한 꼴이다. 이런 식으로 10.9%나 올렸다. 임기 두 해 만에 30% 인상했다.

시장은 ‘소득주도 성장’의 폭격을 견디지 못했다. 2018년 정부가 학계에 의뢰한 실태조사에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대부분 최저임금으로 고용 감소 ▶인력을 내보내고 근로시간을 줄임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근로 확대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청년은 아르바이트조차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렀다. 자영업자가 1인 경영 또는 가족 경영으로 돌아선 탓이다. 지불 능력 하한선 침범이 일자리 파괴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시장 교란 그 자체였다. 수조원을 들여 영세 중소업계 근로자 임금을 정부가 대신 주겠다고 나섰다. 일자리안정자금이다. 국가가 개입해 시장을 교란하는,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정책이다.

“대선 앞두고 지지세력 노동계 눈치”

그래도 효과가 없자 그제야 정부는 방향 전환등을 켰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은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대신 근로장려금(EITC)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놨다. 일하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일정액에 못 미치면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저임금의 시장 교란 위험을 경고하며 한국에 권고했다. 2020년도 최저임금은 2.87%, 올해는 역대 최저치인 1.5% 인상으로 사실상 동결됐다.

문 정부 마지막 해(2022년) 최저임금 심의에선 이마저도 도돌이표가 됐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아랑곳없이 5%대 인상을 했다.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을 고려했다”는 게 공익위원의 설명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기준으로 삼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심의위원은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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