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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1초에 20㎝ 질주, 무서운 속도에 질긴 생존력…바퀴벌레 꼭 닮은 소형로봇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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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헤쳐가며 방향 전환까지

54㎏ 무게로 짓눌러도 ‘거뜬’

붕괴현장 인명 구조 역할 기대

[경향신문]

경향신문

장애물을 넘고 있는 ‘로봇 바퀴벌레’. 실제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좁은 틈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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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의 빠른 속도와 질긴 생명력을 꼭 닮은 소형 로봇이 개발됐다. 좁은 틈을 빠르게 비집고 다니며 안전 진단과 인명 구조에 큰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연구진 등은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를 통해 바퀴벌레를 흉내 낸 우표 크기의 소형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이 바퀴벌레를 닮은 이유는 무엇보다 속도에 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구불구불한 미로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총 120㎝ 거리를 단 5.6초 만에 이동한다. 1초에 20㎝ 이상을 움직이는 것이다. 몸길이를 감안하면 ‘질주’에 가깝다. 발견 즉시 슬리퍼를 들고 쫓아가도 순식간에 가구 아래로 숨는 진짜 바퀴벌레의 속도를 구현했다.

로봇은 내구성도 좋다. 54㎏ 무게로 짓눌러도 부서지지 않는다. 사람이 발로 밟아도 여간해선 죽지 않고, 몸을 찌그러뜨리며 벽 틈으로 기어 들어가는 바퀴벌레와 닮았다.

로봇의 이 같은 특징은 몸통을 이루는 ‘폴리비닐리덴 디플루오리드(PVDF)’라는 물질 때문이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PVDF는 전기가 통하면 부르르 떨리는 ‘압전 재료’이다. 떨리는 몸체는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듯한 움직임을 만든다. 파도 때문에 보트가 떠밀리듯, 로봇도 앞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PVDF는 강도도 높다. 웬만한 충격에는 부서지지 않기 때문에 로봇은 바퀴벌레 같은 강한 생존성까지 누리는 것이다.

2019년 개발된 초기형 모델은 이동 방향을 제어할 수 없었지만, 이번 개량형 모델은 몸통 아래에 핸들 기능을 하는 발판을 붙여 방향을 틀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위험한 환경에 투입해 가스 누출을 감지하고 수색과 구조에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살아있는 바퀴벌레 몸통에 전극을 꽂은 ‘사이보그 곤충’을 만들어 인간의 뜻대로 움직이게 한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도 자신들의 기술이 건물 붕괴 현장의 인명 구조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퀴벌레의 민첩성과 질긴 생존성을 활용하기 위한 세계 과학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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